일부 언론에 실린 연평도의 피격 사진에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예술 작품 사진이 아닌 보도 사진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현장의 실제 모습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미지는 사실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보도 사진의 목적은 독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거나 독자를 감동시킨다거나 독자에게 충격을 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보도 사진의 결과일 수 있어도, 목적이 될 수 없다. '현장의 실제 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기본 원칙을 위배한 모든 보도 사진은 원칙적으로 조작이다.
이미지 편집이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보도 사진의 편집은 언론의 윤리와 관련하여 큰 골칫거리가 되어 왔다. 사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할 보도 사진에 명암이 조절되고 잡티가 제거되고 심지어 이미지 편집을 통해 피사체가 빠지거나 들어가는 경우마저 드물지 않다. 이것은 보도 윤리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보도 매체가 보도 매체로 존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독자의 신뢰를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이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공격으로 벌어진 연평도 피격 사진도 똑같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논란이 되는 이미지를 보자.
원본 이미지
원본 이미지 중 일부
보도된 이미지
사진 1은 원본 사진, 사진 2는 이 사진의 일부(매체에 보도된 부분), 사진 3은 한 매체에 실린 사진이다.
2와 3을 비교해 보면, 매체의 사진은 원본보다 윗부분의 연기가 훨씬 강조되어 표현되었고, 아랫부분은 더 밝아져 있다. 바뀐 연기의 모습은 훨씬 충격적이다. 회색 연기가 짙은 연기로 둔갑해, 피해의 양상을 더욱 충격적으로 전해 준다.
첫째, 매체의 사진(3)은 원본 사진(1)의 일부를 자른 것이다(트리밍). 보도 사진의 트리밍은 왜곡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
보도 사진에서 트리밍은 주로 사진의 주요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이루어진다. 트리밍은 아날로그 편집 시절부터 암실이나 사진 데스크의 작업대 위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심지어 많은 사진 기자는 현장에서 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 트리밍은 일단 실제 모습에 손을 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도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 보도 사진에서 명암이나 선명도를 사후 조절하는 일은 어떨까.
이 부분은 언론사에 따라 다른 원칙을 가지지만, 대개 일반적이고 관습적으로 허용된다. 과거에 암실에서 수행되었던 정도의 보정은 포토샵 시대에도 인정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명암, 노출 정도, 색조, 선명도 조정 정도가 포함된다.
셋째, 문제의 사진(3)은 1) 트리밍을 했으며 2) 윗부분의 연기와 아랫부분의 사람들의 색조 및 밝기가 달라져 있다. 1)은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2) 역시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했다. 그럼 원본과 크게 다른 이 사진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진은 뉴스 매체에 실려서는 안 되는 조작 사진이다.
왜 그런가. 원본 사진에 '부분적으로 손을 댔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통일성(integrity)을 해치며 부분적으로 조정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손질이라도 보도 사진으로는 변명할 여지 없는 조작이다.
검은 연기를 강조하는 이미지 편집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덧칠을 하거나 하면 이미지 자체의 자연스러움이 훼손되고 쉽게 표가 난다. 이러한 방법은 로이터의 베이루트 피격 사진에서 덜미를 잡힌 적이 있다(맨 아래 참고). 표 안나고 자연스럽게 조정하려면 이미지의 밝기와 선명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을 쓰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도 함께 조정된다는 문제가 있다.
문제의 원본 사진(2)에서 연기를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명도와 대비도(contrast)를 조정하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4)가 된다.
원본 이미지
명도와 대비도 조정 이미지
연기의 이미지는 원하는 모습이 되었지만, 이런 사진을 신문에 쓸 수는 없다. 연기만 검게 짙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진이 어두워졌고 아랫쪽 사람들의 모습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그러졌기 때문이다. 결국 연기 부분과 다른 부분의 명도와 대비도를 따로 조정해야 한다. 이미지의 부분 편집이 이루어진 것이다.
원본 사진에서 상단 부분과 하단 부분인 건너편 해안 아랫부분을 따로 조정하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5)가 된다. 이런 조정을 거쳐 나온 사진은 매체에 실린 사진(3)과 흡사하다. 발로 해서 이 정도이니, 수평선의 각도를 세밀하게 손보는 조정의 달인들은 훨씬 더 정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를 따로 조정한 이미지
보도된 이미지
보도 사진의 부분 조정은, 그것이 이미지 안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오려내는 것이든 영역을 지정하고 그 부분만 밝기를 조정하는 것이든, 변명할 여지 없는 조작이다. 보도 사진의 존재 이유를 상기하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왜 이런 조작이 이루어졌을까. 피해 양상에 대한 느낌을 사실보다 과장하여 독자에게 충격을 주려는 의도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용인되는 언론을 보도 윤리를 준수하는 언론 기관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이런 조작 사진을 낸 이미지 담당자를 즉시 해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2006년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했을 때, 로이터를 위해 10년 이상 사진을 찍어 온 레바논의 사진기자 아드난 하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치솟는 베이루트 사진을 찍었으며, 로이터는 이 사진을 언론사들에 공급했다.
그러나 한 블로거에 의해 이 사진이 포토샵 '클론' 툴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스라엘의 공격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연기를 검은 색 톤으로 바꾸고, 게다가 사실보다 더 많은 연기를 그려 넣었다. 로이터는 다음날 즉시 하지와의 계약을 해지하였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평도 사진에 비해 '죄질'은 더 나쁘지만, 연기로 표현되는 피해 상황을 이미지 조작을 통해 과장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원본 이미지
조작 이미지
매체, 특히 선정성에 소구하는 매체들 중에는 뽀샵질을 일삼는 매체가 드물지 않다. 여기에서도 썼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뽀샵질을 하면서 태연한 매체는 스스로 '저널리즘'이나 보도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참고로 미국의 사진기자협회(NPPA)가 제정한 비주얼 저널리스트 및 뉴스 이미지 관리 담당자의 윤리 강령 중 6번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6. 이미지 편집은 촬영된 이미지의 내용과 맥락의 통일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미지를 조작하거나 음향을 가감하고 조정하여 독자나 시청자를 오도하거나 피사체를 사실과 다르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 연평도 원본 이미지: 노컷뉴스, 조작 이미지: 출처 생략. 베이루트 이미지: MS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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