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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들풀의 미디어 뒤집기

[미디어 뒤집기] G20 관련 보도: 피츠버그, 토론토, 서울

온 국가가 G20이라는 행사에 매몰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G20이라는 행사에 온 국가를 매몰시키려 기를 쓰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 5000년 만에 최대라는 식의 턱도 없는 아전인수 견강부회 수식어를 붙이는 이 행사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온 세상 나라가 경쟁하여 따 내는 행사가 아니라 G20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행사일 뿐이다. 그것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이 아니라 1년에 두 번이나 한다. 올해도 이미 지난 6월에 토론토에서 한 번 열렸다. 그나마 하도 흔해서 값이 떨어지니까 그런지, 금융 위기가 한풀 꺾여 다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해서인지, 내년부터는 1년에 한 번으로 줄였다.

정부는 과거의
G8 이외 나라 중 처음으로 개최한다는 것도 선전거리로 써 먹고 있는 모양이다. 홍보할 거리를 짜내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G20 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것은 2년 전인 200811월이다. 이제 두 해밖에 안 된 행사다. 그 동안 기라성 같은 선진국들이 줄줄이 행사를 열었고, 드디어 선진국이라고 하기도 창피한 이 나라에까지 차례가 돌아왔다면, 국민은 몰라도 여기에 목숨 거는 사람들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할 수 있다. 꼴랑 2년 된 신생 행사에서 '비선진국' 최초 개최 운운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를 8일 앞둔 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외신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박민규 기자

 



주지하다시피
G20의 근간은 '20개 나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모임'이다. 2008년에 세계가 금융 위기로 휩쓸려 들어가게 되자, 화들짝 놀란 나라들이 장관들만 갖고는 안 되겠고 국가 원수들이 모여서 수를 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온 게 G20 정상회담이다. 그 김에 그 전의 G8 따위를 대치해가는 꼴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중요한 회의이고 예의 주시해야 할 일이지만
, 대체 이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국운을 기울여 굽신거리며 온 나라와 온 국민을 들쑤셔 놓는 정치 선전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정치적으로 오죽 아쉬우면 이런 행사까지 박박 긁어서 최대한 활용하려 기를 쓸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 와중에 행사를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국민의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다.

달랑 이틀 짜리 국제 행사 하나 여는 자리를 빌려주면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수선을 피우고 설레발을 치고 국민을 들쑤시고 나발을 불어대는지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

최근 한두 해 동안
G20 정상회담을 연 나라들의 신문에서 이 행사가 얼마나 다루어지는지 살펴보자. 한국에 앞서 이 행사를 연 미국 피츠버그와 캐나다 토론토의 신문 보도를 조사하고 한국과 비교해 보았다. 조사 기간은 행사 개최 1주일 전을 기점으로 하여, 석 달 기간으로 잡았다. 말하자면 1111일 행사가 열리는 한국은 1주일 전인 114일까지 석 달 동안 신문에 보도된 행사 기사를 조사했다.

조사 기간
:

미국 피츠버그
(2009924~25일 개최): 617~917(3개월)
캐나다 토론토
(2010626~27일 개최): 319~619(3개월)
한국 서울(20101111~12일 개최): 84~114(3개월)

3
개월로 잡은 이유는, G20 행사와 관련하여 3개월 이상 거슬러 올라가면 관련 보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사 기간을 3개월로 잡든 6개월로 잡든,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는 신문 보도의 양에 있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조사 대상
:

피츠버그 행사는 피츠버그 지역 최대 신문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를 조사했고, 토론토 행사는 역시 토론토 최대 신문이자 캐나다 최대 신문인 토론토 스타를 조사했다. 한국은 kinds.org에서 검색을 제공하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를 조사했다.

조사 방법
:

피츠버그와 토론토는 신문을 비롯한 문서 전문 검색 데이터베이스인
LexisNexis Academic을 통해 조사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문서 검색의 정확성에 있어 인정을 받고 있으며, 법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문서 조사에서 흔히 쓰이는 데이터베이스다.

서울의 경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kinds.org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했다. 아쉬운 것은 서비스 대상에 빠지는 신문들(이를테면 중앙일보)이 있어, 추세를 좀더 잘 보여 줄 수 있는 폭넓은 조사를 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각 검색 데이터베이스에 검색 키워드를 넣는 방식으로 관련 기사들을 추출했다
. G20 행사를 캐나다 신문과 한국 신문은 'G20', 미국 신문은 'G-20'이라고 표기하므로 각기 적합한 검색어를 넣었으며, 혹시 다른 표기가 있을 수도 있어, 교차 검색하여 추가하였다. 중복되는 기사들은 거의 없었다. 토론토 스타에서 한 기사가 11회 검색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실제에 맞게 조정했다.

결과
:


20099월에 열린 피츠버그의 G20 행사와 관련해 3개월 동안 이 지역 최대 신문에 실린 기사는 모두 346개였다. 반면 전국지인 USA 투데이의 기사는 단 6개에 지나지 않았고, 전국지의 성격이지만 뉴욕을 베이스로 하는 뉴욕 타임스16개만 나왔을 뿐이다.

전국지에서 관련 기사가 적은 이유는 납득할 만하다
. 행사 준비 관련한 시시콜콜한 보도들이 실릴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기사가 적은 것은 행사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뉴스 가치가 적거나, 행사 자체의 의미가 적거나 중에서 하나일 것이다. 물론 실제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는 기사의 수가 증가한다.

2010
6월에 열린 토론토 행사와 관련해 3개월 동안 토론토 신문에 실린 기사는 160개였다. 이 기사들 중 상당수가 G20 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사로, 그저 기사 중에 G20이란 말이 언급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경찰이 G20에 대비해 호수를 점검하다 드럼통 안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거나, 시속 224km로 달리다 속도 감지계에 촬영된 벤츠 자동차에 대해 G20 행사 이후 수사하겠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도 있다.

또 이 기간의 기사 중 상당수가 치안 경비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이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신문들은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와는 숫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여 주었다
. G20 관련 기사는 한겨레(842)경향신문(968)1천 개를 넘지 않았으며, 다른 모든 신문은 1천 개 이상이었다. 문화일보1,466개에 이르렀는데, 이는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4배 이상, 토론토 스타9배 이상인 수치다. 이러한 차이는 그래프에서 잘 볼 수 있다.

왜 한국 신문들은
G20 관련 기사를 이렇게 많이 쏟아내고 있는가. 1) 정부가 이와 관련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뿌리며 이슈 만들기에 나서고 있고, 2) 외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관변 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이를테면 'G20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3) 정부의 무리한 캠페인으로 인한 부작용과 관련한 기사도 적지 않고('쥐벽서' 사건이 대표적) 4) 신문사 스스로가 알아서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이를테면 동아일보D-13, D-12, 식 카운트 다운 기사들)도 적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전국민적 아젠다 만들기를 위한 정부의 선전과 신문의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이 이처럼 턱없이 쏟아져 나오는
G20 관련 기사 홍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얼마나 이 행사에 매달리고 있는지, 나라와 국민을 얼마나 몰아치고 있는지, 이게 세계 기준으로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한국 언론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끌려가거나, 심지어 앞장 서서 나발을 불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한국의 홍수 기사들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피츠버그와 토론토 기사 하나씩을 소개한다.

 

 

피츠버그 공항, G20 정상들 중 19명에게 공항 사용료 부과 방침
BYLINE: Mark Belko, Pittsburgh Post-Gazette, SECTION: LOCAL; Pg. A-7
G20

경제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은 피츠버그 국제 공항에 비행기를 내릴 때 공항 사용료를 물어야 할 전망이다
. 단 한 사람만이 예외다.

지역공항관리국은 이틀 간의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들의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고 주기
(駐機)하는 데 대해 일반 여객기와 똑같은 사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공항관리국 대변인 조앤 제니는
, 피츠버그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정상들이 사용료 부과 대상이 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에어포스 원을 비롯한 미국 정부 항공기만이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모든 공항 이용자는 사용료를 내도록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공항관리국 국장인 브래들리 펜로드는 미국 항공기가 예외가 되는 이유에 대해
"공항이 연방 지원금을 받는 경우 연방 항공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규정을 따르고 있으며, 규정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값비싼 실수가 아닌가
Bob Hepburn's column, Toronto Star, SECTION: OPINION; Pg. A27

친구들과 하키 게임을 보고 있던 중에
, 중간 휴식시간이 되자 한 친구가 G20에 대해 물어 왔다. "대체 이런 행사를 왜 여기서 하는 거야? 왜 기자들은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지? 모두 그저 폭동 가능성에만 관심이 있는 거 같아."

행사 기간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다른 친구가 옆에서 거들었다
. "그러게 말이야. 장사를 못 하게 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취재한 경험이 있는 나 역시
G20 행사가 값비싼 시간의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던지는 질문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이었다: 토론토는 G20 정상회담을 연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정상회담 자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갑자기 세계 수준의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나
? 그보다는 바리케이드가 둘러쳐지고 최루탄이 난무하는 도시로서의 이미지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세계 정상들이 모여 경제나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그러나 이 행사는 그저 정상 20명이 둘러 앉아 의견을 주고 받는 행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로비스트들이 눈독을 들이고, 거리의 시위대가 침을 흘리는 행사다. 20099월 피츠버그에서도 최루탄과 수천 명의 시위대가 부딪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토론토
G20 행사에는 각국 대표, 기자들, 경찰, 그리고 그저 모인 사람들 등 모두 2만 명이 우글거릴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대표부만 해도 1천 명이다. 시위대가 얼마나 올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행사를 위해 캐나다 납세자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15천만 달러이다.

이건 적게 잡아 그렇다
. 과거의 정상회담 중에는 그 비용이 5억 달러에 이른 경우까지 있다.

15천만 달러를 다른 데 쓴다고 가정해 보라. 병원이나 자선단체처럼 예산이 쪼달려 할 일을 못하는 데가 한두 군데인가.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이익을 보는 측은 고급 호텔이나 식당들과
, 초과 근무 수당을 받는 보안 관련 종사자들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 병원
. 의사들은 병원에 갈 수 없게 될 것이므로 환자와의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라고 권고되고 있지 않은가. 많은 가게와 사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거리는 중무장한 장비와 경찰로 가득 차고, 무정부주의자들은 이들과 한판 하려고 벼르고 있다.

왜 이런 행사를
, 굳이 하려면 어디 한적한 시골 구석에서 하지 않고 대도시 한 가운데서 한단 말인가. 한 독자는 최근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정상회담은 공군 기지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은 해결책은, 지금처럼 여러 나라를 여기저기 떠돌며 행사를 열 게 아니라 영구적인 행사 개최지를 정하는 것이다.

토론토의 시장 데이빗 밀러는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성과에 주목하자고 말하고 있다
. 또 관광 업자들도 이번 행사가 호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세계가 보게 될 것은 성채가 둘러쳐진 채 폐허가 된 도시의 이미지다. 토론토가 경험할 것은 밀러 시장의 밝은 전망이 아니라 폐쇄된 거리와 문 닫은 가게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