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 차별하는 MB의 '말로만' 공정사회?
"말해봤자 소용없는 걸 알지만…"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15일과 19일 언론사 간부들과 점심밥을 먹으며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15일에는 서울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 19일에는 지방 언론사 관계자들이 그 대상이었다고 한다.
기사들에 따르면 이들 행사에서 인터넷 언론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한다
"매년 항의하자니 청와대에서 밥 못 얻어먹어서 심통 부리는 느낌도 들고, 입 다물고 있자니 바보 되는 기분이다. 그래도, 대답 없는 메아리일 것을 뻔히 알지만, 기록이라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에 글을 남긴다."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홍보 라인이 바뀐 뒤에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하여, 인터넷 언론을 문전박대하는 게 '대통령의 언론관'에서 나온 게 아닌가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언론사들은 "대통령의 언론관계를 조율하는 책임자의 편협한 사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통령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모두 바뀐 이후에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며 "대통령의 언론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생긴다."
온라인 매체에 대해 이와 같이 편파적인 대접을 일삼던 바로 그 즈음인 10월18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 2주년을 맞아 '국민의 질문과 의견에 직접 답하는' 시간에서 "온라인을 통한 양방향 소통을 소중하게 여기고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온라인 문화가 자유로우면서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온라인을 통한 국민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소중하게 여기고 참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방송으로 2주년을 맞은 50차 인터넷, 라디오 연설에서 온라인을 통해 들어온 국민들의 질문과 의견을 직접 답하는 시간을 갖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2년 동안 일방향 연설만 해온 자리에서 양방향 소통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도 어울리지 않지만, 그런 말을 하는 시간에도 뒤에서는 온라인 매체를 따돌리고 푸대접하는 행태가 한 마디로 구두선이다. 입으로는 트위터를 말하고 미투데이를 말하지만, 이런 다방향 소통 매체가 그의 손에 들리면 일방적 선전 매체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은 누구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더 나아가 그들이 대표하고 있는 정치 세력에게 불행한 일이다. 말하자면 자해하는 꼴이랄까. 비판적인 논조 일색인 온라인 매체들이 예뻐 보일 리 없지만, 기자들이 어디 예뻐서 불러 이야기하고 밥 먹이고 하겠는가. 미워도 필요하니까 그런 것 아닌가. 모든 온라인 매체들이 정보의 소통 과정에서 지금처럼 철저히 배제당하다가는, 모두 임기가 하루속히 끝나고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온라인 매체를 배제한 언론사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바로 며칠 전에, 백악관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 10월11일 버락 오바마도 언론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은 유수한 신문 방송의 국장들이 아니라, 흑인 블로거와 인터넷 매체 저널리스트 및 운영자 20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디어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매일 하는 것과 같은 웹사이트들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첫째로 'Meet the Press'(시사 대담 프로그램)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소식을 전해 줍니다. 아... 이건 매체 수용자층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둘째로, 웹이 강력한 이유이기도 한데, 바로 일방향 대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바마는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러한 이해를 실천한다. 정치적인 계산 때문이라도 말이다. 입으로만 말하는 지도자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도자의 차이란 대개 이런 것이다.
※ 이명박 사진: 청와대, <오마이뉴스>에서 재인용. 오바마 사진: 백악관, 본문 링크 사이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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