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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가짜뉴스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기회

코로나19로 국가재난 상태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으니 전 세계적인 재난이다. 그 와중에 한국이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에 모범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그런 평가에는 ‘민주주의’와 ‘투명한 정보공개’가 중요하게 언급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대처가 의료 기술만이 아니라 구성원이 협력하는 사회적 성숙도와 관련 있다는 의미다. 


외국의 평가처럼 한국은 희생적인 의료진, 이타적인 시민들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로 현재까지 잘 대처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대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협력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둔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적 의도를 지닌 무분별한 발언, 모든 분야의 전문가인 양 하는 일부 전문가들, 적은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해버리는 일반인들 그리고 이들의 발언, 이들의 행동들을 쉴 새 없이 퍼 나르는 언론 그리고 가짜뉴스 등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빠르게,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되게 이 재난을 극복하고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아 한국이 재난 상태에 이르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혐오, 차별을 확산시킨다. 또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의 입국에 특별 방역 대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감염병은 보균자가 숨지 않고 드러날 때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금지, 혐오 등은 대처를 어렵게 한다.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로 병원들이 예약을 거부하자 이 사실을 숨기고 백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사례가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된 신천지가 교인들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방역에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목도한 바도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것은 마스크 관련 기사나 정보다. WHO나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 달리 건강한 일반인도 마스크가 필요한지를 둘러싼 전문적인 논란은 엄청난 확산력을 보여주는 감염병을 맞이한 국민들의 정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마스크와 관련하여 공포심과 적개심을 증폭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정서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생산량, 발 빠른 매점매석 행위, 일부 민간 사업자의 적극적인 대중국 수출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부의 대중국 마스크 지원 가짜뉴스는 혐오와 공포심을 야기했다. 심지어 ‘중국에 마스크 퍼준 뒤 혹독한 대가’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 민간 부문의 ‘시장 조절’이 실패하자 정부가 나섰다. 그런데 대만 사례를 들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던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공적 공급을 늘리자 마스크사회주의라며 공격했다.


국가적 재난 상태라도 건전한 비판은 재난 극복의 중요 요소이기에 필요하다. 재난 극복 책임을 진 정부가 완벽할 수 없고, 비판을 통해 자기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하지만 근거 없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주장은 비판이 아니라 선동이다. 지금 일부 언론과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선동에 나섰다.


재난 상황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는 언론과 가짜뉴스 생산자들의 선동으로 우리 사회가 더 찢기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기사로 왜곡된 정보의 폐해를 상쇄시키는 여타 언론들의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일까? 가짜뉴스, 왜곡된 기사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들이 언론의 옥석을 가리고 SNS에서 얻은 정보가 가짜뉴스가 아닌지 한번 의문을 품는 훌륭한 습관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