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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세상]바이킹과 십자군, 확장되는 삶

2013년부터 제작된 드라마 <바이킹스>의 69편 정주행은 즐거운 고행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은 희랍 신화와 기독교로 대표되지만, 그 문명 밖 북쪽의 거친 민족의 이야기를 역사극으로 유명한 마이클 허스트 감독 특유의 문법으로 보여줍니다. 환경이 척박해 경작이 힘들고 부족의 세가 늘면서 늘어난 입은 삶의 방향을 밖으로 돌리게 합니다. 거친 겨울이 끝나면 연례행사처럼 도모하는 약탈은 그들에겐 비즈니스와 같았습니다. 수십년을 넘어 대를 이어 벌어지는 노스맨이라 불리던 바이킹과 색슨족, 프랑크족과의 전투는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당시 기독교도인 정주자들에게 이교도로 불리던 바이킹의 침공은 야만의 습격처럼 보였을 터입니다. 잘 알지 못하던 역사 속 전투의 장면을 드라마 속에서 현실감 있게 바라보다 예전 문명 속 갈등과 해결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찾아볼 것은 역시 유튜브입니다. 전쟁사를 찾아보다 빠져든 프로그램은 국방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였습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십자군편의 조회수는 무려 100만이 넘습니다. 십자군전쟁은 <바이킹스>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독교도가 성지를 탈환하겠다는 기치를 걸고 200년에 걸쳐 중동으로 향한 행적 역시 삶을 확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십자군의 행적이 &lt;바이킹스&gt; 속 주인공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정의 과정 중 점령한 지역에 눌러앉은 귀족이 예전 바이킹의 후손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역사의 씨줄과 날줄이 얽혀 어느 하나도 허투루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대학의 신학기가 한 달 가까이 미뤄지다 온라인을 통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면서 그간 기술에 익숙하지 않던 교수님들의 적응기들이 에피소드처럼 공유되고 있습니다. 상아탑이라 불리는 품격 있는 장소 속 포디움의 권위가 없어지고 컴퓨터 스크린 위 한 칸을 차지하고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강의는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는 당연하던 상호작용의 익숙함이 제한됩니다. 개강 날 전체 학기에 대한 설명 후 제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신 교수님부터, 미처 마이크를 끄지 않고 전달되는 학생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강의 중간 방문을 열고 들어온 가족의 잡담까지 온갖 해프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만발합니다.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의 확장에 바이러스가 더 빨리 적응하도록 만들어 물리적 캠퍼스를 넘어 가상의 세계로 교육 혁신이 가속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바이킹스>에서 시작된 인류의 갈등과 해결의 역사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끝도 없이 이어져 정보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네팔에서 만들어진 기관총에서 시작하여 태평양전쟁에서 맞붙은 일본과 미국 전투기의 경쟁, 베트남전에서 확인된 소총의 유효성과 개량의 역사, 크림전쟁에서 확인된 나이팅게일의 통계학적 역량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나의 관심사 또한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있으면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손쉬워지면서 제공하는 사람들의 깊이와 디테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밀리터리 덕후는 전쟁에서 사용된 군수품의 수집과 역사에 심취합니다.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전투식량을 개봉하고 시식하는 동영상에 700만이 넘는 조회수가 만들어지고, 녹이 슨 그리스 전투용 칼을 복원하는 동영상에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즉각적인 유용함보다 특별히 쓸데가 있지도 않은 궁금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 반갑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니라 나의 흥미가 무한히 확장되는 도구, 예전 바이킹에겐 태양석(sun stone) 같은 ‘네트워크’가 허락됨에 더욱 행복합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