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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여전한 편파 보도, 공영방송 개혁부터

국정을 농단했던 부당한 권력은 시민들의 저항으로 무너졌다. 시민들은 개혁을 요구했다. 개혁 요구의 반영인지 새 정부 들어 이곳저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중에는 국정원 개혁이나 원전정책의 전환도 있다. 대선에까지 개입하며 본래 목적에서 일탈했던 국정원이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꾸리고 적폐청산TF와 조직쇄신TF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꼭 필요한 일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폐쇄를 결정했고, 새로 건설 중이던 신고리원전 5·6호기는 적절성 판단을 위해 건설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인접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던 원전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답게 공론화 작업을 통해 진행하겠다니 바람직한 변화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경제지나 우파지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과거 사건 미화 조작의 의도’ 또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 일탈’ 발언을 제목으로 뽑으며 국정원의 개혁 작업을 권력 간의 대결 사안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국정원을 근거 없이 비난한 야당 대표의 발언이 제목감일 수 있을까? 무책임한 따옴표 저널리즘의 전형이고, 혹시 국정원 개혁 작업의 결과를 불안해하는 기득권의 속내를 야당 대표의 목소리에 투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조사 자체가 정치 개입이라는 동아일보의 사설은 압권이다. 동아일보는 조사 대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한정되어 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게이트나 좌파단체 지원은 왜 빠져 있느냐고 일갈했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또 ‘과거 정부 뒤지기나 흠집 내기로 나타난다면’이라고 전제하면서 적폐청산TF를 중단하라고 권했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정파적 공격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충고할 수는 있겠지만, 가정법을 사용해가며 개혁 작업을 중단하라 요구한다면 이것 역시 정파적 속내의 표현이다.

 

한편 동아나 조선은 원전정책 전환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국무회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단 세 마디’ 논의로 결정했으며, 안건이 구두보고로 기습 상정됐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해양수산부 장관 이외의 참석자들을 말없음표로 표현한 그래픽도 곁들였다. 세 사람만 발언하고 나머지는 침묵했다고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론화 작업에는 이론이 없었고, 일시 중단 문제는 국무총리와 해수부 장관 이외의 배석자들을 포함해 20분간의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 왜 동아는 단 세 마디라고 했을까? 속기록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뽑아 정리한 회의록만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속기록과 회의록의 관계를 몰랐을까, 무시했을까.

 

조선일보는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유럽 이외의 중국이나 미국 등 여타 국가들의 원전 증설에 따른 결과다. 특히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전 발전량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 세계 발전량이 증대하면서 원전의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강국이던 프랑스나 유럽의 국가들이 국가 위험을 줄이려고 원전 폐쇄·감소 정책을 선택한 변화의 의미는 애써 무시했다. 미래 위험과 장래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비싼 원전정책을 포기하는 유럽에서 얻어야 할 교훈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사실 국정원 개혁이나 원전정책은 매우 중요한 의제다. 따라서 언론에 국정원 발표나 정부 발표를 그대로 따옴표 처리해 보도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찬성 의견도 심층 취재해야 한다. 이견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견을 보도하려면 더 충분한 취재와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그게 저널리즘의 기본 정신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언론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렀다. 편파적인 언론이 정상적인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언론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권력에 장악되거나, 자본권력에 편입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권력이 됐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부당한 권력은 사라졌지만 이런 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원했던 깨어 있는 시민들은 이제 언론개혁에도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자본에 종속된 사영 언론은 범법 행위가 있거나 내부 언론인 스스로가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는,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개입하기는 어렵다.

 

반면 공공의 자산인 공영방송에는 부당한 정권에 장악됐던 과거를 청산하고 공정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왜곡·편파 보도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지금 내부 구성원들은 그런 투쟁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지금 공영방송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벌이고 있는 개혁 요구를 제대로 보도해야만 한다. 어쩌면 이 시점에는 공영방송 내부의 투쟁을 제대로 보도하는지 여부가 좋은 언론을 구별하는 시금석일지도 모른다.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