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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미디어 세상]일곱 빛깔 커뮤니케이션

최근 업무를 논의하기 위해 콘퍼런스 콜을 며칠간 진행하며 든 생각은 왜 전화를 통해서만 이야기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당연히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는 화면을 공유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는 비대면 회의 시스템이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이제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진 것입니다. 미리 파일로 공유한 자료를 함께 보다 “14페이지를 보시면”이라고 말하며 상대가 나의 이야기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외적이 침입하거나 변고가 생겼을 때 올리던 봉화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제한된 정보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 웹툰계의 공무원으로 불리던 작가가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10여년의 연재를 마쳤습니다. 매주 올라오는 기발한 작품들은 엄청난 팬덤으로 형성된 페이지 뷰와 함께 관객들의 댓글이 합쳐져 그 전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어우러집니다. 재치있는 댓글이 ‘베댓’으로 뽑히면 그 자체가 백일장의 장원과 같이 글쓴이에겐 자랑거리로 추억될 정도입니다. 유튜브상에서도 댓글에 의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회자되는 클립들이 발굴되어지거나 퍼져 나갑니다. 댓글을 모아 원래 동영상에 다시 편집해 보여지는 동영상 역시 인기를 얻습니다. 창작물과 사람들의 의견이 결합되어 공동 창작되는 구조에는 참여자의 수용성이 필수적입니다.

 

얼마 전 만난 동남아시아의 국가에서 나고 자란 전문가에게 그의 고국에서 스마트폰의 소셜미디어 앱 사용시간이 무척 더 긴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대답은 그 나라는 유선전화와 데스크톱 PC의 대중화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바로 스마트폰 시대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앱이나 모바일 게임들과 같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서비스가 더욱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가 모두 바이러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옆 나라는 확진자 수 집계를 팩시밀리로 하고 있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집계와 관리에 수고가 들고 오류가 생겨 온라인화했다는 보도를 들으며 그 나라는 식당 또한 아직도 팩시밀리가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팩시밀리가 집집마다 쓰이기 시작하면서 동네 도시락집까지도 손으로 쓴 주문을 팩시밀리로 받아오다 지금까지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위의 이야기들 모두 먼저 간 것이 늘 빨리 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대면의 채널이 확대되며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멀티미디어화되는 경향을 봅니다. 온라인 강연 중 강연자가 퀴즈를 내어 청중이 답을 클릭하게 하기도 하고, 듣는 이들의 댓글에 이미지와 하이퍼링크가 포함됩니다.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할 때에도 스마트폰을 검색해서 결과를 함께 보는 일 또한 흔하게 관찰됩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도 언어와 비언어뿐 아니라 화상이나 동영상과 같이 더 집적된 정보로 표현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조금이라도 더 우리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멀티미디어가 필수적인 사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화하며 자료를 공유하고, 만화와 유튜브를 보며 댓글을 달고, 온라인으로 강연하며 퀴즈 게임이나 실시간 자료를 공유하는 것같이 더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말할 때에는 눈을 똑바로 봐라”라는 예전 어른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할지 궁금해집니다. 뇌파와 텔레파시, 인류가 아닌 생명체의 생각까지 앞으로 어떤 것이 더 추가될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고 싶기에, 서로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