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집중된 보도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발견한 정보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두려워했지만 그만큼 현명했다.
결국 오랜 싸움을 거쳐 대통령으로 연결된 숨은 권력이 드러났다. 그들에게 빚졌다. 다행이다.
새로운 세대들에게서 새로운 신호가 왔다. 결국 지난 10월24일 오후 8시 JTBC가 현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라는 심각한 증거를 찾아내 보도했다.
지난주 밤늦게 만난 기자들은 울분을 토했고 들떠있었다. 몇몇을 빼고 언론은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고유의 파괴력과 영향력이 살아났다. 오랜만의 풍경이었다. 그러다가 또 혁신을 생각했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JTBC는 성장해왔다. 이번 상황이 전통의 부활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만이 살아남는 시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JTBC 손석희 사장
2013년 5월 당시 손석희 교수가 MBC <시선집중>을 그만두고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비아냥에서부터 한 사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주장, 그리고 종편은 종편일 뿐이라는 진영 논리까지 가세했다. 나는 이편저편 나누는 진영 원리주의라는 나쁜 습관에 입각해 비관론에 가세했다. 깊이 반성한다.
10년이 된 tvn과 5년이 된 JTBC는 현재권력이며 미래비전이 되었다. 중앙일보 부속 방송도 아니고 종합편성채널 중 하나도 아닌 ‘새롭고 다른 TV’를 분석해 보자. 같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다른 어느 언론도 할 수 있었겠냐 하는 질문이 회자되고 있다. 그들에겐 강력한 취재 내용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1. 손석희 사장은 첫 출근 하던 날 “전권을 위임받았다. 삼성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면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과정을 통해 그것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심지어 다른 언론사의 취재 내용을 미리 보도하는 논란을 부르면서도 전권을 행사했다.
2. 그는 취임 초 “사실, 공정, 균형, 품위”라는 혁신의 단어로 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미래’의 모토를 내걸었다. 조직 내 이견이 생길 경우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은 거 자극밖에 없다”고 했던 그는 지난 10월24일 이후 1주일 동안 설이 아니라 확인된 보도만을 진행했다.
3. 뉴미디어 환상에 휩쓸리지 않고 방송 최적화 정책을 일관되게 구현했다. 지난해 중앙일보 콘퍼런스에서 “올드미디어 게이트 키퍼의 합리성과 정확성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속보성의 적절한 조화”를 강조했다.
4. 한국언론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천했다. 사장이 직접 8시 메인 뉴스의 앵커자리를 지켰고 매일 앵커브리핑을 진행했다.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는 위험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전략이었다.
5. 신문에서 파견된 노련한 기자들이 빠지고 나서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구성된 한계를 감당했다. 세월호 사건 첫날 탈출한 학생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장 기자들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 그는 미루지 않고 자기 책임을 강조하며 시청자가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사과를 했다.
6. 그는 자꾸 기자의 이름을 불렀고 화면 밖과 안에서 대등하게 대우했다. 젊은 기자는 자신의 바이라인을 사랑했고 시청자들의 기자 팬덤이 가장 많은 언론사가 되었다.
7. 보도를 감행한 날 ‘겸손’을 강조한 편지를 기자와 구성원들에게 보내 긴장을 유지했다. 리더로서 선행적 위기관리를 한 것이다.
8. 사주 홍석현 회장이 지상파들이 신문시장에 비해 오른편으로 기운 방송환경에서 손석희 사장을 영입해 중앙과 왼편 그라운드를 선택한 포지셔닝 전략 또한 평가받을 일이다.
사람들은 JTBC를 ‘손석희 TV’라고 부른다. 광장에서 성난 시민들은 JTBC 취재팀을 둘러싸고 환호와 격려를 했다. 지난 9월 시사저널은 ‘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전문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 분야에서는 12년째 손석희 사장이 매년 상승하며 1위를 차지했고, 75.8%의 지목률로 2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손석희 효과’는 신뢰하는 매체 부문에서도 KBS와 한겨레를 제치고 네이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게 만든다. 채널파워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지금의 손석희와 JTBC는 어제의 MBC와 중앙일보를 통해 나온 것이지만 지속된 혁신의 결과라는 점이다. 대통령 권력을 흔든 언론의 헌신과 성과는 대단한 것이지만 이를 지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던져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 손석희가 바뀌지 않고 손석희가 바꾸었다.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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