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 언론의 신뢰회복, 본질에 집중해야

언론의 기능은 뭘까? 우선은 필요한 정보 제공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도움 없이 세상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비록 신문 구독률이 떨어지고, 본방 사수를 외칠 정도로 시청률이 저하하면서 산업으로서 언론의 위기는 증대하고 있지만, 우리들에게 필요한 대다수의 정보를 생산·제공하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은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기구다. 문제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이제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포털이나 SNS 등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수용자들은 기사에 감동하고 분노하고 댓글을 달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기사를 어떤 언론이 생산했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맘에 안 들면 그냥 ‘기레기’라고 욕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기사 소비과정이 언론의 옥석을 가리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상품의 질에 따라 생산자를 평가한다. 그리고 역으로 생산자를 보고 상품의 질을 신뢰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신뢰는 시장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언론 상품은 그렇지 않았다. 언론 위기의 한 요인이다.

 

더군다나 언론이 신뢰를 잃는 사이에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정파적으로 왜곡된 언론의 편파보도가 진실을 가리기 시작했다. 사실 언론의 또 다른 그리고 더 중요한 기능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는 기능이다. 물론 해설 기능은 고도의 신뢰성을 전제로 한다.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관점의 문제이고 수용자가 그 관점을 수용하는지 여부는 신뢰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그런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 큰 신문들이 오랫동안 상품의 질보다는 재력을 이용해 경품, 무료 구독 등으로 독자를 유지·확대하면서 신문시장을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편파 왜곡보도도 난무했다. 독자들의 신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왜곡된 방송들을 경험한 시청자들에게 그래도 방송을 신뢰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언론으로서는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믿고 따를 수 있는 언론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수용자에게도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더 문제다. 지금도 가짜뉴스, 또는 억지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무책임한 언론 탓에 길거리에서 고생하시는 어른들이 있지 않은가! 그 어른들과 달리 우리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도 없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언론은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자성과 개혁에 힘써야 한다. 또 한편 언론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실에 접근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고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제대로 된 실천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암흑기가 지나갔다. 언론들이 자유로워진 건 사실이다. 그럼 언론들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 변신을 꾀하고 있을까? 그래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최근 현안인 두 가지 사안만 보자.

 

정부가 개헌안을 내놨다. 야당은 시기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해당사자로서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헌법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뭘까? 개헌안의 내용이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개헌안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론은 개헌이 앞으로 수십 년 우리 미래를 좌우할 큰 변화이니만큼, 개헌안이 미래의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리고 수정 대안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 지면의 일부나 또는 뉴스의 일부 시간을 할애해서 요약 정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개헌안이 담아야 할 가치와 관련하여 그동안 있었던 논의를 전달해야 한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개헌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개헌안 발의를 계기로 새 헌법에 담겨야 할 가치를 진지하게 논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개헌 과정은 민주주의의 주권자인 시민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언론의 개헌 보도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다. 동시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재판을 받는 충격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중요한 본질은 구속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 즉 ‘진실’이다. 또 아직도 남아 있는 의혹인 ‘사자방’ 문제도 있다. 언론이 더 파고들어야 할 심층 탐사보도의 영역이다. 언론은 정치보복 프레임 공방을 전달하는 단순 정보지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진실을 파헤치는 신뢰받는 ‘언론’이 되어야 할까? 전통적인 매체에 지금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으로 본질에 충실한 심층보도에 천착하여 신뢰회복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