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방문진, 김재우 이사장 자진사퇴 권고 결의

논문 표절에 대한 해명을 거부한 채 해외 출장을 떠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사진)에게 방문진 이사들이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의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30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이사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끝에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는 “(김 이사장의)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본인과 방문진의 명예가 이미 크게 실추됐다. 게다가 소명 요구마저 무시한 것은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더 이상 이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어렵다는 이사진의 판단을 본인에게 전달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불신임이나 사퇴권고안을 전달하지 않는 대신 간접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5일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표절 판정을 내린 뒤 “소명을 해달라”는 이사들의 요구에 불응하며 23, 24일 열린 두 차례의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에 이사진은 30일 이사회에 출석해 해당 내용을 소명할 것을 재차 요구했지만 김 이사장은 이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29일 5박6일 일정으로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 이사장과 이사회 사이에 신뢰관계가 무너졌다. 이사들의 결정을 무시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직무수행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회의 자리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단국대에서 표절로 판명된다면 책임지겠다. 방문진 이사회에도 다시는 나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9월 예비조사 결과가 표절로 나오자 다시 “본조사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나오면 그때 가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단국대 연구윤리위는 지난 15일 본조사 결과 발표에서 “김 이사장의 논문에서 표절한 부분이 양적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그 정도가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스스로 약속한 것도 지키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 자체가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이미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이사장 문제로 방문진 운영이 파행으로 흘러가며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역할을 못하는 상황인데 스스로 정리하는 게 상식적인 판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사퇴할 경우 정부·여당 몫 이사 자리가 하나 줄어들면서 방문진 이사 구성이 흔들리게 된다. 지난해 11월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2표 차이로 부결됐던 것을 감안하면 사장 교체 등 향후 MBC 사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보궐이사가 새로 선임되기까지는 통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사회는 다음달 7일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김재우 이사장의 논문 표절·관용차 사적 이용 문제와 함께 이사장 부재를 이유로 신년 업무보고를 거부한 김재철 사장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