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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방송산업 ‘레드오션’ 전락… 4개사 난립 생존 ‘불투명’


종합편성채널사업자에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 등 4개사가 선정됐다. 의무송신 지위 부여 등 특혜가 주어졌지만, 방송 전문가들은 기존 특혜만으로 생존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편 논의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사업자 1개를 생존가능 적정 숫자로 제시해 왔다. 조선·중앙일보의 종편주식이 3~4개 선정 이야기가 나온 12월초부터 꾸준히 하락세란 점도 시장이 종편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절대평가에 따른 ‘4개’라는 다수 선정에다 지상파·기존케이블TV와 경쟁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자본금 부족 문제도 생존을 위협하는 대목이다. 5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정권교체 등 정치변동에 따라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지상파·인기케이블과 경쟁가능한 콘텐츠·자본금?=이번에 선정된 종편사업자들이 방통위에 제출한 종편 자본금은 3000억원대로서 인건비·제작비 등이 모두 포함된 3년치 금액이다. 그런데 지상파방송 1개사의 1년간 총 제작비만 3000억원 안팎이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종편 논의 단계에서 “SBS 수준의 종합편성채널을 만들려면 설비, 제작비 선투자 경비(약3000억)와 최초 3년간 누적 적자액(2000억원)등 자본금이 최소 5000억원은 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편사업자들은 3000억원대의 자본금도 가까스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선정 때문에 추가자본금을 끌어들이기에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끼리 경쟁이 치열해 제작비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기껏해야 연간 6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이어 “종편이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기존 지상파방송보다 높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자신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진출이 유력했던 한 대기업은 종편 시뮬레이션 결과, 수년간 6000억원의 적자 끝에 생존 불가 라는 결론이 나오자 포기했다. 


 광고시장도 여의치 않다. 한국방송공사(KOBACO)에 따르면 2015년까지 방송광고는 고작 1000~3000억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종편사업자들이 현행 방송광고금지품목인 전문의약품 허용에 목을 매다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 광고시장 규모로 봤을 때는 지상파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은 무리다.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 구매도 여의치 않다. SBS는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IOC에 7250만달러를 주고 단독 중계권을 확보했고, 2014년월드컵 중계권도 1억4000만달러(2010남아공월드컵 포함)에 사들였다. 종편은 올림픽·월드컵과 해외 스포츠리그 중계권에 욕심을 내겠지만, 지상파와 ‘돈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결국 자본금·콘텐츠가 딸리는 종편사업자들이 가격이 싼 미국이나 일본의 저질 프로그램을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은 구시대 유물, 스마트TV시대의 도래=한나라당 정병국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채널이 아닌 콘텐츠를 선택하는 스마트 TV가 내년부터 상용화되는 마당에 종편채널을 단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는 조중동에 비판적인 인사가 아니라 미디어법을 주도한 여당 실세의원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측면에서 올해는 ‘구글TV’와 ‘애플TV’가 등장하는 등 ‘미디어 빅뱅’이 예고돼 있다. 인터넷은 기본이고 스마트폰의 ‘앱’ 기능까지 달린 스마트TV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골라볼 수 있다. 스마트TV의 등장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지상파 중심의 채널 브랜드가 붕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자본금이 딸리는 종편은 말할 것도 없다.


■지상파와 또다른 경쟁, 재허가 문제도 향후 걸림돌=방통위는 2011년 업무보고에서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채널 등 케이블 TV의 ‘채널’을 늘리고, 늘어난 채널에 현행 방송광고 금지품목과 중간광고 금지(지상파 해당)를 풀어 광고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편·보도 사업자들은 지상파의 다채널서비스 도입, 광고유형·시간·횟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도입 여부도 방통위가 검토하겠다고 하자 강력 반발했다. 중간광고 허용 같은 지상파 특혜가 함께 주어지면 한정된 광고시장을 두고 종편과 지상파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미디어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중동 등 종편은 5년만에 한번씩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중·동과 갈등하는 야권이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재허가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9월 한 강연에서 “신문은 등록만 하면 되지만 방송은 반드시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불공정 보도를 하는 방송은 재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친정부 보도와 특혜를 매개로 한 종편과 여권의 밀월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