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의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은 여권의 보수정권 지형확대를 위한 미디어장악의 결과물이자 특혜 성격이 짙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권은 애초 미디어글로벌그룹, 일자리 2만개창출, 다양한 여론 형성 등의 명분 아래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신문·방송 겸업 허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하지만 절대평가에 따른 ‘종편 4개 선정’으로 당초의 취지는 허구로 드러났다.
친보수·친재벌의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종편에서부터 정권홍보 언론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 지상파에다 연합뉴스 보도채널까지 종편-지상파종편-보도 채널에 걸친 ‘거대 보수방송 미디어군’이 생겨난 셈이다. 시민사회와 야권은 방통위의 종편·보도 채널 선정을 두고 이명박 정부의 보수정권 정치지형 확대를 위한 ‘미디어장악’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한다. 정권교체 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친여·보수일색의 종편·보도채널까지 선정됨으로써 권력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질식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발표한 지난 31일 국내외 보도진이 방통위 사무실에서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정치와 정략으로 태어난 특혜덩어리=종편사업자 심사 이전 단계부터 한나라당 내에서는 종편 3~4개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탈락시 반발을 의식해 조·중·동은 틀림없이 포함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이번 결과로 실현됐다. 한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 여권 최고위층은 “이번 종편은 조·중·동·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들도 “2012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조·중·동은 다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통위 야당 측 양문석 위원은 “조·중·동과 매경을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청와대를 비롯한 당정청의 결론이었을 것”이라며 “전망이 불투명한 (종편)시장이 마치 성립할 수 있을 듯이 온갖 특혜로 포장된 착시현상을 안겨주고 종편사업자들에게 알아서 생존하라는 무책임한 정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덩어리 조·중·동 방송은 이르면 연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 방송은 방송법 시행령 제53조 1항의 의무 전송 규정에 따라 별도의 비용없이 1500만 가구에 이르는 전국 케이블 TV가입자들에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서 ‘사실상의 지상파’로 불린다. 지상파와 같은 모든 장르를 내보낼 수 있는데다, 24시간 방송, 중간광고가 가능하다. 국내제작 비율은 지상파보다 적다.
방송계는 자본금·콘텐츠 부족과 극단적인 시청률 경쟁·광고유치전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질 낮은 자체 제작 프로와 외국 프로그램 수입(40%까지 방송 가능)에 따른 저질문화의 팽창으로 미디어환경이 혼탁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방송시장광고 규모가 7조5000억원을 갖고 지금 방송사들이 나눠 경영을 하고 있는데,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으로 방송 광고 쟁탈전과 시청률 경쟁이 더 심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종편사업자간 ‘시장경쟁’을 내세우면서도 의무송신 지위 부여 등 지상파에 버금가는 특혜를 준 데다 이어 전문의약품광고 허용 같은 광고금지품목 해제 등 추가특혜 검토 등으로 종편사업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정경·권언유착의 부활 징조=특히 조·중·동이 최근 미디어법·4대강사업과 천안함 사건 등 대북 관련 사건들에서 보여준 보도 행태와 의제설정을 고려하면, 기득권 위주의 친정권·친재벌보도에 반북을 강조하는 아이템이 ‘조·중·동뉴스’의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방송 공익성·공공성 훼손, 특정정파의 이익과 재벌과 소수 특권층의 기득권 대변 역할에 따른 여론 독과점 심화로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권위주의적 상업주의’로 규정한 바 있는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진보·비판 여론을 해체·억압·소멸시키고 보수·친여 일색의 여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의 제도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출범할 조중동 종편방송은 2012 총선과 대선 보도 과정에서 정부 여당을 위한 사영(私營) 보도채널과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할 것으로 야권과 시민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정책은 다양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서 해야 하는데, 조중동이 요구하니까 해준 것”이라며 “ 미디어 시장의 교란이 불가피해졌고 방송을 공적 영역으로 보는 정책기조가 붕괴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KBS, SBS 등 방송이 정치적으로 종속돼 있는데 지면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조·중·동이 방송시장까지 들어오면 여론의 획일성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의 도래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종목·최희진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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