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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숙청설’ 김영철 건재, 무분별한 대북보도 지양해야

‘하노이 노딜’ 책임으로 강제노역설, 숙청설이 나돌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2일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했다는 보도를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수행간부에 포함돼 공연을 함께 관람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 부위원장이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면서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노역 중”이라는 ‘북한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의 보도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사흘 만에 확인시켜준 셈이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 3월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는 북한소식통의 전언을 함께 보도했다. 또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통역 신혜영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고 했다. 보도대로 이들이 처형됐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김 부위원장이 주요 정치행사에 나타나지 않은 50일간 ‘문책기간’을 보냈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강제노역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김 부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만으로도 해당 기사는 ‘오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의 고위인사에 대한 보도라고 해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 만한 사안이다.


한국 언론에서 북한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확인 원칙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었다. 진위가 곧바로 밝혀지지 않으니 확인되지 않더라도 ‘일단 쓰고 본다’는 관행이 오보를 양산해왔다. 이런 오보가 대북 강경론으로 이어지거나 국민의 대북 인식을 악화시키고,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일성 주석 사망설(1986년 11월16일자), 가수 현송월 처형설(2013년 8월29일자) 등 굵직한 오보를 여러 번 냈다.


신문의 1면 머리기사는 여타 기사와 무게감이 다르다.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를 싣기 위해 ‘북한소식통’의 전언을 확인하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하다. 조선일보는 보도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 언론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