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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여성의 목소리, 더 다양하게 담아내려면

유튜브가 점차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청소년들이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방송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필터 버블 현상, 즉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득하여 기존 신념을 편향적으로 강화하는 문제가 주로 지적된다. 이런 맥락에서 혐오차별 문화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중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제시하는 이상은 다양성, 즉 기존 미디어가 담지 못했던 목소리와 콘텐츠를 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가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고 그의 채널을 유튜브 크리에이터 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70대 여성이 가족주의 모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유튜브와 같은 공간이 아니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막례 할머니의 콘텐츠가 여타 채널의 콘텐츠와 달리 유튜버의 삶 그 자체라는 점 역시 의미가 깊다. 그는 자신의 삶을 술회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한국 사회의 성차별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구독자에게 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격차가 세대 및 계급 문제와 결합한 한국 사회에서 키오스크를 다루는 것이 어려운 노인 세대의 사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여성 노인이 막장이라 비판받는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그의 드라마 코멘터리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콘텐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유머와 즐거움이 해당 채널을 추천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점은 다양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제까지 기성 언론에는 드물게만 등장하던 여성 노인의 목소리를 세대와 성별이 서로 다른 9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즐기고 이를 통해 다른 생각을 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채널의 의미는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여성 중심의 이야기는 언제나 부족했다. 방송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전히 보수성을 유지한 한국 방송은 여성을 등장시켜도 기존 사회 질서에 맞는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어려웠다. 따라서 여성 중심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고 다양한 미디어 분야에서 이 요구가 조금씩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변화가 빠른 웹 콘텐츠, 웹툰이나 웹소설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이야기가 확실히 늘었다. 느리지만 방송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을 찾을 수 있다. 몇몇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이 캐릭터 설정과 대사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생겼다. 


물론 이에 편승하는 얄팍한 기획 역시 늘어나서, 여성 이야기로 홍보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중심이 아니거나 가부장제 질서에 순응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점차로 다양한 미디어 분야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다층적으로 들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더 논의되어야 할 것은 어떻게 이런 기회와 콘텐츠들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한 실질적 방안들이다. 예컨대 유튜브와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하게 울려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 혐오차별 문화의 영향력 문제나, 디지털 격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제 막 조명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여풍이라고 부르며 호들갑 떨거나, 한 사람의 상징성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충분히 다양성이 확보된 것처럼 묘사하거나, 여성의 시선만 늘어나서 문제라는 담론을 조성하는 미디어 보도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 그 비중으로 보나 분야, 범위, 내용 어떤 면에서 보아도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김수아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