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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새 MBC 사장 선임

MBC는 지난 3년간 김재철 전 사장 아래서 입에 담기에도 불편한 추문과 불법, 비리들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것은 달리 말해 새로 선임된 MBC 사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뭉뚱그려 그것을 ‘정상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제 MBC 사장으로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이 선임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김 신임 사장에게 축하와 기대보다는 우려와 경고의 심정을 전하려 한다. 그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MBC를 ‘망가뜨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비판받은 후보 2명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김 전 사장 아래서 크게 훼손된 방송 공영성을 회복시키기보다는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어쩌면 ‘김재철 2기’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김 사장은 2010년 진주·마산 MBC를 통폐합하는 작업을 김 전 사장과 주도했다. 반발하는 노조원 10명에 대해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도 <PD수첩> 폐지 등이 촉발한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MBC 김종국 신임 사장이 2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선임에 앞서 열린 사장 후보 면접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것들은 공영방송사 노사문제에 대한 시각의 편향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MBC 노조가 벌인 장기 파업의 요체는 무슨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을 하자는 것이었다. 2010년 2월 김 사장 취임 후 편파방송 시비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사장은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에 무자비한 인사보복으로 맞섰다. 이 와중에 8명이 해고됐고, 200여명이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렇게 빈 자리는 대체인력을 뽑아 채웠다. 새 사장에게는 이런 MBC를 정상화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러려면 해직자 복직과 노사갈등 해소, 분열된 내부 조직의 안정성 회복이 급선무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이런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묻게 된다. 


김 신임 사장은 이제부터라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시청자들이,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MBC가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고 정립하는 일이다. MBC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다. 8%대에 머물고 있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김 전 사장 체제에서 방송의 공영성이 너무 훼손돼 사실상 붕괴됐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만약 임기가 10개월인 신임 사장이 오로지 연임을 위해 청와대와 방문진 눈치나 보는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모처럼 다가온 MBC 정상화의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