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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이해 당사자 한쪽 주장만 전해선 곤란

경향신문은 이번 4월24일 재·보선에 도입된 사전투표제와 타 지역 투표제 모두 투표율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도했다. 선거일 전 투표를 허용하는 사전투표제의 투표율은 1%대를 기록한 최근 부재자투표율보다 월등히 높은 6.93%를 기록했고 사전투표자 중 10.6%는 주소지 관할이 아닌 다른 지역 소재 투표소에서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새 제도를 활용한 사람들의 비중은 50대 이상이 20~30대에 비해 두세 배 높았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이 내용을 작년 대통령 선거 직전 투표율 증가를 위해 투표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관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당시 투표 시간 연장 반대자들은 추가 비용 대비 실질적인 투표율 상승효과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안으로 사전투표제와 타 지역 투표제를 제시했다. 이 주장에 대해 경향신문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투표 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젊은 세대와 노동자층의 투표율을 낮춰 특정 정당이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새로운 제도의 효과는 투표 시간 연장 이외의 방법으로 투표율을 높일 수 있고 투표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가 20~30대보다 50대 이상의 투표율 증가에 더 기여할 수 있음을 보였다. 지난 보도 내용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하는 용기를 보고 싶다.


4월25일 경향신문 1면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 관련 기사에는 부적절한 인터뷰 대상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사태의 직접 이해 당사자는 행정 주무기관인 경상남도와 진주의료원 노조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편향적일 수밖에 없기에 배제됨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기사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을 노조의 입을 빌려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4월24일 기사에는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 중 상당수가 현재의 시설과 처우에 불만을 가지고 진주의료원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기자가 환자나 환자 가족을 취재한 게 아니라 노조가 전한 내용이다. 노조가 환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신문이 중계해준 것이다. 기자는 왜 직접 취재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해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하면 편향적이라 비난받을 것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올바른 내용은 올바른 방식으로 전달될 때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강제 철거 이후 조성된 화단의 법정 정당성에 대한 쌍용차 범대위와 중구청 측의 공방을 다루고 있는 기사는 왜 경향신문이 노동자 편향이라고 비난받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사 제목은 “대한문 ‘천막·화단’ 공방의 진실은”으로 숨겨진 진실을 밝힐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숨겨진 진실은 없었고 다만 양측의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한 독자의 판단이 필요했을 뿐이다. 


또한 내용을 보면 일방이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루지 않아 독자들의 오판을 유도하는 편향성을 보였다. 기사는 쌍용차 범대위 측이 화단 조성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은 보도하지만 화단이 대한문 앞 장기 농성장 강제 철거 이후 천막을 재설치하려는 시도 때문에 조성되었다는 핵심적인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사회적 갈등 사안을 두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과 주장을 펼치는 방식에 대한 판단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주장에 대한 동의가 주장을 관철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무디게 해서는 안된다. 내 편이기에 관대하게 대하고 상대편이기에 박하게 대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동일한 기준을 갈등의 양 당사자에게 적용하기를 바란다.


국정원 직원의 댓글을 통한 정치 개입 사건 보도에서도 편향성이 드러난다. 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 기간에 국정원 직원을 두둔했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두둔이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또 박 후보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불법적인 정치 개입을 저질렀다는 본질적 문제는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당의 주장과 박 후보의 주장은 동일한 사건의 각기 다른 측면에 대한 이야기로서 어느 일방이 옳으면 상대방은 틀릴 수밖에 없는 내용이 아니다. 모두가 옳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국정원 직원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옳고 수사를 위해 부적당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옳다. ‘왜 내가 보는 방식대로 사건을 바라보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지적 강요다. 더군다나 그러지 않았기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진실을 가리려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독단이다. 기자가 할 일은 취재를 통해 근거를 확보해서 자신의 의심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지 의심을 사실처럼 잘 구성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정일권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