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향신문은 해설과 기획기사를 통해 아동과 여성복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를 비롯해 유아 사교육의 문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가 겪는 부당행위 등 무게감 있는 사회문제들을 의제설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 내용은 심층성과 완결성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월29일 1면 기사 <두 살배기 화장실 가두고 폭행 ‘무서운 어린이집’>은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들을 다뤘다. 그러나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정적인 제목으로 어린이집 전체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날 10면에 이어진 기사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교사들의 자질 및 품성 문제를 제시하면서 어린이집 관리감독 문제나 교사 처우개선 등 보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주변적으로만 언급했다. 하나의 기사가 사회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의 측면이나 원인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진실성과 정확성, 공정성과 불편부당성이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임성을 구현하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들이지만, 해당 사회문제를 완결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4월30일 2면 기사 <보육교사 1명이 아이 20명 돌보고 하루 12시간 근무까지>는 교사에 대한 낮은 처우나 어린이집의 열악한 환경 등을 언급함으로써 영·유아 보육시설의 문제를 좀 더 폭넓게 조명하려 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점이 존재했다. 법, 정책, 예산, 기반시설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29일 경향신문 1면
5월3일과 4일, 1면과 종합면 기사는 유아 사교육의 문제를 다뤘다. 창의력이나 정서 형성보다 인지적·언어적 개발에 치우친 조기 사교육의 부작용을 점검한 것은 적절한 문제제기였으나, ‘문제 진단’을 넘어서 대안적 교육 방향을 다소라도 고민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영·유아 시기부터 아이를 기관에 위탁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에게는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고 현실 가능한 보육 대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4일 2면 기사 <1~6세 아이들이 보육·교육 기관에서 하루 평균 7시간 생활>은 “아이가 어릴수록 개별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기관 위탁 자체를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기 사교육의 범주를 넘어서 각 가정이 처해 있는 양육 현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려는 시각이 결여된 것이다.
한편 기획기사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는 초반이긴 하지만 개인들의 일화에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양한 개별 사례들이 충분한 배경 설명 없이 제시됨으로써 이 기획의 취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소통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컨대 5월3일 1면 기사는 임신으로 인해 강제 퇴사당한 한 여성 노동자의 사례만으로 구성됐으며, 4면과 5면에 이어진 기사들에도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부당 대우를 받은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됐다.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문제의 본질, 원인, 책임주체 등에 대한 논의를 심층적으로 전개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5월1일 4면에 실린 20대 여성들의 인터뷰 역시 동일한 문제점을 노정했다. 취업과 결혼에 대한 개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흥미롭긴 했으나, 여성의 사회진출을 둘러싼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쟁점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출산을 하나의 ‘미덕’, 심지어 ‘애국 행위’로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출산’을 전혀 권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여성이 겪는 모순을 엄밀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과 모성보호에 관련된 법·제도적 환경과 기업문화에 대한 보다 구조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향후에는 시의성 있는 현안들이 해설, 기획기사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이고 완결적으로 조명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잠정적으로 폐쇄된 개성공단의 10년 역사를 돌아보고 그간의 운영 방식, 성과, 한계 등을 분석함으로써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심층 보도가 시급하다. 또한 정부·여당의 반대 의견과 경제단체들의 로비에 막혀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 및 관련 사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언론은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일회적 사건으로 다뤘을 뿐 사고의 성격, 원인과 책임주체,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월2일 1면에 보도된 ‘국회의원 농지보유 문제’도 추가적으로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다. 다른 매체의 탐사취재 내용을 인용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국회의원들이 부당하게 취하는 각종 이권과 특혜 행태를 심층 보도함으로써 정치개혁 문제를 다시금 쟁점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민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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