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섹션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톡 뉴스서비스에서 실시간 검색어(실검)는 아예 없앴다. 내년 상반기까지 댓글 전면 폐지를 포함한 개선책도 내놓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연예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모독 수준이 인터넷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고, 관련 검색어 기능도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심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뉴스 소비 과정에서 광고 등을 노출, 수익을 얻는 민간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댓글에 따른 뉴스 소비를 포기할 정도로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은 것이다.
카카오 조수용(왼쪽)·여민수 공동대표가 25일 경기 판교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배우 최진실씨가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모두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소문 때문이었다. 설리의 비극에도 불구,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 넘는 악성 댓글과 ‘신상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가 크다고, 댓글 자체를 없애는 것이 옳은지는 따져볼 일이다. 댓글 아이디와 주소(IP)를 공개하는 내용의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려는 국회 움직임도 위험하다. 인터넷실명제는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미 위헌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댓글은 인터넷 미디어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시민들에게 중요한 소통 방식이다. 공인과 기업, 정부에 대한 감시와 질타의 공간이다. 세계적 보이그룹으로 성장한 BTS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댓글을 통한 팬덤의 확장 영향이 컸다. 댓글을 폐지할 때, 얻는 것 못지않게 잃는 것 역시 많은 것이다.
카카오는 “혐오 또는 인격모독성 표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실시간 이슈 검색어 등도 인격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댓글의 무조건 폐지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특히 ‘실검’은 여론 왜곡·조작의 주범이다. 불필요한 보도의 양산과 댓글 조작의 촉매제가 바로 실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검은 개편이 아닌 폐지가 정답이다. 댓글 문화의 개선 논의가 카카오에서 멈춰서도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와 법 정비에 나서야 하고, 언론은 사실·진실에 따른 권력 감시, 올바른 여론 형성이라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카카오의 실험이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물론,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 등 인터넷 미디어 전체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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