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6일 결정을 보류했던 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2개사의 재승인을 20일 의결했다. 중점 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부문에서 과락을 받았던 TV조선은 또다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최근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한 채널A는 향후 수사결과 등을 통해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이번 재승인 처분이 취소될 수 있는 ‘철회권 유보’ 조건으로 재승인됐다. 두 방송이 막말, 왜곡·편파, 선정 방송으로 시청자 권리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에 합당한 결정인지 의구심이 든다.
두 방송은 줄곧 방송의 공공성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방기한 채널A와 TV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날 현재 25만명이 동의했다. TV조선은 2014년·2017년에도 ‘조건부’로 재승인받았다. 올해에는 총점 기준을 통과했지만 210점 배점의 ‘방송의 공적 책임·공공성’ 항목의 평가점수가 104.1점에 그쳐 50%에 미달해 과락했다. 2017년에는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받았다. 매번 개선안을 요구받으면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재승인 심사를 무사통과하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다. 채널A는 이번 취재윤리 위반을 기자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사는 방통위 주문대로 투명하게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공적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개사 모두 공적 책임·공정성 관련 내용을 강화한 이번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행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이 엄정한 재승인 절차를 밟는 것은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뉴스를 제공하는 방송사업자로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익성,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경영 투명성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재승인 심의·의결 기구인 방통위가 매번 ‘조건부’ 카드만으로 단순 통과의례처럼 재승인 심사를 실시한다면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종편은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언론의 사회적 공기(公器) 역할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방통위는 다음 심사 때 연속 과락이나 기준 점수 미달이 발생하면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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