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엊그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새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본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에 필요한 핵심적 장치들이 빠진 채 어설프게 봉합됐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SO),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 새누리당 원안대로다. 이는 SO 업무를 미래부로 넘기는 것을 반대해온 민주통합당이 태도를 바꾼 결과다. 그 대신 SO와 위성방송의 허가·재허가와 법령 제·개정 때는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KBS, MBC 등 공영방송 장악 기도를 막는다는 취지로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동수로 방송공정성 특위를 구성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타결안 사인 (경향신문DB)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정권 차원의 방송 장악 기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방통위의 사전 동의란 것도 가령 방통위가 기존의 여야 3 대 2라는 수적 논리에 따라 여권 주도로 운영된다면 실효성은 기대할 수 없다. 6개월 시한의 국회 공정성 특위도 여당이 무성의하면 의미가 없다. 2009년 국회에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100일간 가동됐음에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점에서 이번 여야 간의 합의는 봉합 수준이며 여당의 독선과 아집, 야당의 무기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럼에도 국정파행의 책임을 여야에 똑같이 묻는 것은 공정치 않다. 우리가 어제 지적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협상 중에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물러설 수 없다”며 야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야당이 방송 장악을 의심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지만 야당이 이러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미디어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됐다”며 종편 채널 사업을 밀어붙이고 많은 특혜를 주었다. 전임 정권은 미디어를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누차 주장했지만 그것이 빈말이었음은 세상이 안다. 이른바 언론환경의 ‘기울어진 운동장’ 데자뷰에 야당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이달 초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미래부는 방송 공정성·중립성을 절대 훼손하지 않겠다”며 그런 걱정은 기우란 말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크게 훼손된 방송 공정성이 더욱 침해될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한다. 정권이 산업논리를 내세워 자의적 방송 장악을 이어가는 것을 막는 일이 시민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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