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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실·의견 ‘기사 성격’ 구분 명확히

정일권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3주째가 되었지만 아직도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갈등이 끝나지 않아 장관 임명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국정 운영은 곧 국민 개개인의 피해로 나타날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비록 많았지만 독자들이 정부조직법에 대해 갈등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그로 인해 그릇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 


이것은 기사 내용의 불편부당성, 정보의 완결성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한 원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형식을 준수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치 관련 기사는 객관성이라는 기준에 구속되는 정도에 따라 사실보도기사(스트레이트 기사), 해석·분석기사, 그리고 칼럼과 사설로 나눌 수 있다. 객관성은 뉴스 기사에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지만 기사의 성격에 따라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모든 기사가 다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객관성 준수 정도의 차이가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객관성을 충실히 지킨 기사들 중에 끼어 있는 주관적 기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주관적 기사들에 둘러싸인 객관적 기사가 주관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따라서 언론은 이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섹션을 구분해 왔다. 즉, 사건사고 보도기사, 해석·비판기사 그리고 칼럼과 사설 등을 지면별로 구분해 왔다.


3월 11일자 경향신문 1면


그런데 경향신문의 종합면 기사는 이 구분이 모호하다. ‘종합’이라는 말을 형식의 종합이라고 이해한다면 세 가지 형식의 기사를 모두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객관적 사실과 주관의 의견이 뒤섞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따라서 이 섹션명은 형식이 아닌 내용의 종합 즉 정치, 사회, 경제, 외교, 안보 등 주제의 구분을 허문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라면 주제는 다양하지만 형식은 통일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종합면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는 주제뿐만 아니라 형식의 측면에서도 모든 경우를 망라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기사의 내용이 객관적 근거를 지닌 사실인지, 기자의 해석과 관점인지, 아니면 주장과 의견인지 혼란스럽다. 물론 꼼꼼히 잘 읽어내면 이런 구분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구분 능력을 모든 독자들이 지녔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고 설령 그런 능력을 지녔더라도 매번 그렇게 주의 깊게 읽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객관적 기사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는 독자라면 종합면 기사 내용의 대부분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주관적 기사를 기대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 반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서 5일 종합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정치’- ①방통 융합 왜>, <②유선방송 왜>, <③공방의 쟁점은>이라는 부제가 붙은 세 기사가 실렸는데 이는 해석·분석기사의 전형이다. 객관적으로 확실히 드러난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기자의 추론이 더해진 기사다. 이 기사는 사실과 추론의 구분이 명확히 드러나고, 따라서 독자는 기사 내용이 확고부동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쟁점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다.


같은 날 종합면에 실린 <박 대통령 담화 요지: “방송 장악할 의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이라는 기사는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요약해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야당 “의회를 제압하려는 듯한 담화”>는 야당 정치인들의 말을 직접 인용을 통해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 기사들은 모두 기자의 추론, 견해, 비판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객관적 사실이다. 내용의 가치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독자가 사실과 의견 구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뉴스분석: “물러설 수 없다”는 대통령의 ‘통치’>라는 기사는 해석을 넘어서 칼럼이다. 이 기사에서 기자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역할을 무시하고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는 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은 정치 부재라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지지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은 합리적 추론으로 보기 어렵다. 기자는 뚜렷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치적 정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취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취재, 즉 정보와 근거가 없는 추론은 칼럼에서만 다룰 수 있다.


경향신문이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쉽고 정확하게 기사의 내용을 파악하기를 바란다면 독자들이 기사가 객관적 사실 위주인지 해석 위주인지 혹은 주장·의견 위주인지를 알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기사 구분 방법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