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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방심위의 도 넘은 언론 제재에 제동 건 법원

정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방심위가 CBS 뉴스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공정성 및 균형성,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제재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그제 CBS가 방심위를 상대로 제재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방심위는 CBS가 박창신 신부와 인터뷰하면서 그의 불확실한 의혹 제기를 여과없이 방송했다며 지난해 7월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방심위는 당시 “박 신부의 발언 내용에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불확실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진행자는 이를 지적하거나 그 근거에 대해 질문하는 등 청취자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방심위의 인식과 판단을 정면 반박했다. <김현정의 뉴스쇼>가 박 신부 인터뷰에 이어 여야 국회의원의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을 편성해 충분히 반박이 이뤄졌기 때문에 공정성·균형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비판 언론에 제동을 걸어온 방심위에 법원이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법원의 이날 판시는 방심위의 제재 심의 당시 CBS와 시민사회가 제기한 반론 그대로다. 여권에서조차 과잉 통제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방심위가 아랑곳하지 않고 제재를 결정해 정권 안위를 위해 ‘정치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심위의 도 넘은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JTBC의 <뉴스9>도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의 유우성씨를 출연시켰다며 징계했다. 그러나 전 방송인 정미홍씨가 허위사실을 제시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으로 몰아붙인 TV조선 <뉴스쇼 판> 프로그램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려 균형성·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 행위 제재방안을 의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방심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법정 민간 독립기구임에도 이처럼 퇴행적 언론 감시와 견제로 인해 정권의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를 중남미 국가 수준인 68위로 매겼다. 전년보다 4계단 떨어졌다. ‘언론 자유국’ 지위를 잃은 2011년 이후 지금껏 ‘부분적 언론 자유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자본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공공적 기능이다. 방심위는 이번 판결을 뼈아픈 반성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