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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시론]종편 출범 3년, 우려가 현실이 되다

오는 12월1일로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이 된다. 온갖 논란 끝에 출범한 지 3년을 맞는 종편은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며 우리나라 방송 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 주범이 됐다. 신문시장의 절대 강자인 보수성향의 신문사들에 방송사업까지 할 수 있는 특혜를 주기 위해 지난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면서 종편이 탄생하면 2만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시청자들은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되며, 우리나라 방송이 글로벌 방송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종편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대한민국 방송시장은 종편으로 인해 방송 생태계 자체가 붕괴되고 파괴되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고 말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주요 보수신문사들이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기 위해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할 때 언론단체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학자들은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신문사들이 방송시장에까지 진출하게 되면 여론독점화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제한된 방송광고시장에 4개의 방송사업자가 새로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방송광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방송시장 전체가 교란되고, 방송 제작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3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고 말았다.

뉴스조선의 유대균 체포 보도 화면 (출처 : 경향DB)


종편이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시청자들은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보도프로그램과 JTBC의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해졌고, 언론계도 종편을 하나의 방송사업자로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출범 초기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1% 이하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던 종편들이 닐슨코리아의 채널시청률 조사 기준으로, 11월 현재 MBN 1.895%, TV조선 1.583%, 채널A 1.427%, JTBC 1.214%를 기록하며 EBS(0.771%)와 tvN(0.925%)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는 종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해야 하는 종편 원래의 목적을 벗어나 보도와 시사토크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편향적인 시각을 통해 노골적으로 보수정권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 종편은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조항을 빈번히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종편이 편향적 방송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정부기관의 조사로 증명됐다.

제한된 방송광고시장에 4개의 종편 사업자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방송광고시장은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종편들은 이명박 정부의 특혜로 미디어렙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시장을 교란시켰다. 이러한 특혜의 결과로 방송광고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종편의 광고 매출은 증가세를 보여 2013년 광고 매출이 전년도보다 646억원 증가한 2355억원을 기록하며, 37.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 3년, 종편은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고, 종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사, 보도 프로그램만을 주로 제작하는 보도전문채널로 전락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해 제재를 받는 등 여론의 다양성, 방송 산업 활성화, 글로벌 미디어 육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출범 초기 장밋빛 전망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편파, 왜곡 방송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방송 생태계를 파괴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종편은 시청자들에게 보수 편향된 정치학습을 시키는 도구가 되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방송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될까?


최진봉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