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뉴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보도지침’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뉴스를 제작하면서 태극기와 청와대 브리핑룸 사진을 쓰지 말도록 자체 지침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의 파문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안의 성격상 누구보다 엄정하게 사실보도를 해야 할 KBS가 알아서 청와대 눈치보기에 나선 것이나 다를 게 없다. KBS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를 징계하고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 사건은 공영방송 위상과 직결된 문제다. 뉴스 영상제작 부서의 공지사항을 보면 윤 전 대변인 뉴스의 배경화면으로 태극기나 청와대 브리핑룸 그림(화면)을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신(新) 보도지침’ 논란을 부를 만한 사안이다. 이 사건을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 비리로 축소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국격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마당에 국영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이 ‘여론조작’이나 진배없는 일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냥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KBS는 “태극기 배경화면에 대한 시청자 항의가 빗발쳐 자체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브리핑룸 사진을 금지한 이유는 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얘긴가. 현 보도본부장의 정치 편향성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혹여 일부 간부들이 보신용으로 방송 내용을 가위질했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KBS는 청와대의 청탁이나 압력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KBS는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때다. 친정권 성향인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95일간 장기파업을 벌인 게 1년 전 일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KBS가 여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착각은 곤란하다. 청와대를 감싼다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도 없다. 최근 시청률 상승에 우쭐할 일도 아니다. 편파·불공정 방송을 일삼다 위기에 몰린 MBC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윤창중 대변인이 인선 1차 발표 예고 브리핑 (경향DB)
KBS의 주인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2500원인 KBS 시청료를 5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현재 내고 있는 시청료도 아까운 마당에 무슨 인상이냐”는 여론도 많다. 이 같은 추태를 보이며 시청료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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