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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MBC가 이렇게 몰락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묻는다

MBC 경영진이 2014년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록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왜 방송사의 지배구조개편과 노조의 감시 역할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대화록은 공영방송을 책임진 사람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당사자에 대한 법적 책임과 별개로 MBC를 이런 상태로 방치해도 좋은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대화록에 등장하는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우선 MBC의 간판 PD와 기자인 최승호·박성제 2인을 아무런 증거 없이 잘랐다고 시인한 것이다. 또 백 본부장이 MBC의 ‘BBK사건’ ‘광우병 보도’ 등을 언급하며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다 통제를(하고 있다)”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과 관련, 6명의 전·현직 노조간부를 해직할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을 맡았던 백 본부장의 발언은 방송편성과 제작에 있어 MBC 경영진들의 왜곡된 방송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방송법상 공영방송 경영진의 가장 큰 책임은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방송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공정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 본부장은 극우매체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 이승만을 국부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 그러면 한 놈도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우리가 사람을 키우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왜 MBC가 공정방송 파업에 참가한 다수의 PD와 기자들을 제작에서 배제하고 경력기자들로 물갈이했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MBC가 주요 방송사를 상대로 한 다수의 조사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MBC의 몰락을 단지 현 경영진의 일탈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통령-방통위원회-방송문화진흥회-MBC 사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는 MBC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MBC는 2011년 단체협약이 해지된 후 공정방송 조항이나 노사 공동의 공정방송협의회도 무력화된 상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다. 이 점에서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끝없는 추락은 박 대통령의 공약 위반이 1차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면할 경우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