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안 팔린다고 이야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뉴미디어의 옷을 입고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은 부지런히 뉴미디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메시지들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가. 각각이 처한 정치지형 속에서 유권자들이 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주의주장만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상대방을 헐뜯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캠페인 회사 ‘이폴리틱스(epolitics)’의 콜린 딜라니는 그의 책 <승리를 위한 인터넷 사용법>에서 “도구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오직 바보만이 기술을 갖는 것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 사이의 크나큰 차이를 무시한다”고 말한다.
좋은 콘텐츠 없이는 끊임없는 온라인 소음을 돌파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대량의 e메일을 보내거나 그동안 수집한 정보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그저 귀찮은 소음일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은 국민들이 결코 자신들의 주장을 듣기 위해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어떤 의미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케이스가 있다.
“지금은 2016년이니까요!”라고 말하며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한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캠페인이다. 34석이던 자유당 의석을 184석으로 늘려 집권에 성공한 쥐스탱 트뤼도는 특유의 역동적인 삶을 선명한 메시지와 결합해 선거혁명을 이끌었다. ‘진짜 변화’를 슬로건으로 한 그의 메시지를 집약한 웹비디오는 캐나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을 갖게 했다. 동영상을 타고 전파된 “캐나다인이 변화를 원한다면, 세상의 모든 자본도 변화를 멈춰세울 수 없다(All the money in the world can’t stop change, when Canadians want change!)”는 사자후는 소득불평등 해소라는 시대정신에 진정성을 보탰다.
다가오는 총선에선 누구의 어떤 이야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소셜미디어를 주축으로 한 뉴미디어 활용은 선거 캠페인의 상수가 되었다. 출마자들은 e메일 뉴스레터를 보내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에 둥지를 틀며 모바일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한다. 후보자는 누구나 시장에 나가 시민들을 만난다. 이제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뉴미디어 캠페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과 맞는 채널을 선택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홈페이지 제작에 수천만원을 쏟아부어도 콘텐츠가 없다면 금세 폐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목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채널을 선택한 다음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e메일 등을 선택할 때 그것이 조직을 위한 것인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 위한 것인지, 후원을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한 목표 설정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합당한 예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메시지들을 연결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선거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미디어는 무엇일까. 입소문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란 입소문의 진원지를 뜻한다. 입소문은 미디어 채널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파된다.
지난 국정감사 때 심상정 대표의 ‘속사포랩’이나 박영선 의원의 ‘침묵’이 유튜브를 넘어 술자리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입소문의 진원지로서 뉴미디어 이니셔티브가 강화된 것이 현대 선거의 가장 강력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선거는 정치의 꽃이다. 선거 기간은 국민들의 정치적 감수성을 극적으로 깨우는 시기다. 즉 선거 시기는 정치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가 가장 높다. 그리고 후보자들은 기존 언론이 자신을 다루어주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채널들을 확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국회의원 총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나는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집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력과 구체적으로 연결될 때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다. 짧은 동영상이나 텍스트 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한 미디어라이트캐피털(MRC) 부사장 조 힙스가 방한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누군가가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의) 빅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가”라고 묻자 조 힙스는 “빅데이터가 먼저 온 게 아니고 스토리가 먼저였다”고 답했다. 뉴미디어 캠페인을 잘하기 위해서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는 것이 먼저다.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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