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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스마트 TV시대 종편은 난센스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여권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방송 진출을 허용한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 날치기 때 내세운 명분이다. 하지만 최근 종편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탄생은 커녕, 사업자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 비관론은 최근 여권에서 먼저 나왔다. 한나라당 소속 정병국 문방위원장은 지난 10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제는 방송통신융합이 되면서 더 이상 칸막이를 칠 수 없어 칸막이를 걷어내는 상황이 됐고, 디지털 시대를 뛰어넘어 스마트 TV가 내년부터 상용화된다”며 “이제는 채널이 아니고 콘텐츠를 선택해서 보는데 종편채널을 단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종편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트렌드도 아니다”고도 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섣불리 종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하는 것도 그들 책임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답하면서 “(종편을) 안 하면 된다”고 단언했다. 

 종편 선정 개수는 종편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이란 사업 명분과 선정 종편의 생존 가능성을 기준에 놓고 보면, 종편 사업자는 1개가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업자 수가 1개가 되어도 난관은 많다. 방송금지품목 해제, 일본오락프로그램 수입, 의무재송신채널 지위, KBS2TV광고폐지 등 특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종편 진출 희망사들이 2012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추가 특혜를 두고, 정권과 줄다리기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인 높은 프로그램 제작도 돈 문제와 직결된다. SBS는 한해 제작비만 4000억원 안팎을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방통위가 한해 제작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영업비로 제시한 금액은 3000억원이다.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 제작은 당분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종편이 광고 등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시청률이 최소 5%가 돼야 하는데, 케이블TV의 경우 1%만 넘어도 대박으로 여겨질 정도로 신규 채널의 시청률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방통위는 최소한의 조건을 통과한 사업자는 모두 허가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택했다. 원론적으로 종편 사업을 신청한 6개사 모두 선정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지상파, 케이블 TV와의 경쟁에다 종편끼리의 광고, 시청률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자칫하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방송계 안팎에서 나온다. 여권에선 절대평가에 따른 3~5개 다수 사업자 선정을 상정해 놓고, 종편 사업자들의 M&A(기업간 인수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한 발언들이 나왔다.

 
1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제출한 한 회사 관계자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자 신청서가 마감된 1일 현재 종편 사업자가 몇곳이 될지는 안개속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절대평가를 해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수에 제한 없이 허가하고, 80점 이상이 없을 때 하나도 안나올 수 있다”며 “종편이 하나도 안 나와도 문제고, 하나만 나와도 특혜시비가 일 가능성이 많으며, 너무 많이 나오면 방송시장을 비롯한 미디어 시장구도가 새롭게 형성되는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종편의 사업 타당성이 없음은 한나라당 스스로가 고백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콘텐츠 다양성 제고 등 애초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밝힌 종편 추진 목적은 이미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