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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스타 연예인들의 팽창된 자아, “삶은 고무풍선과 같다”

정도언의 마음읽기/ 서울대 교수·정신분석

이렇게 되면 소위 출세했다고 한다. 출세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꾸준히 노력을 해서 계단을 올라가듯이 이루어진 것에는 ‘성취’라는 말이 어울린다. 사람들의 꿈은 그런 밋밋한 것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하게 수직상승하는 것이다.


 ‘수직상승형’ 출세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단계를 밟아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기초가 부실한 건물처럼 붕괴의 두려움에 시달린다. ‘공중 부양’ 상태에서 좌절을 겪으면 허무하게 갑자기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존재에서 심지어 “간첩도 그 사람을 안다”는 수준으로 뜨면 자아는 과도하게 팽창하기 마련인데, 팽창된 자아는 부풀려진 고무풍선과 같다. 바람이 빠지지 않도록 늘 애를 써야 하니 큰일이다.


 팽창된 자아에는 특성이 있다. 첫째, “내게 이런 것들은 당연하다”는 특권의식이다. 자신은 이 정도로 출세한 사람이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다짐을 한다. 출세한 사람은 그래서 겸손하기 어렵다. 연예인들은 자신들을 충족시켜 주는 에너지가 그 취약하고 임시적인 위치와 변덕스러운 팬들에게서 온다는 생각을 자주 잊어버린다. 둘째, 불편하거나 불쾌한 것은 멀리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것만을 찾는 성향이 생긴다. 셋째, 삶의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자꾸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억울해 한다. 결론적으로, 급속하게 출세한 사람의 팽창된 자아는 판단력이 떨어지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이것이 지나치게 나타나면 자신의 능력이 객관적인 능력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우울증 이미지 자료

 정말 신기한 것은 팽창된 자아와 우울증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붙어 다닌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환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꺾이면 필연적으로 우울증에 빠져 고통 받는다. 그래서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연예인들이 지난 수년간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대중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삶의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연예계에서 ‘권리증’이나 ‘자격증’이라도 손에 쥔 것 같이 행동하면 우울증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허약함이 대중에게 알려질 것을 겁내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차라리 털어내고 나면 존중을 받을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꼭 올라갈 때만 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연예인의 과장된 자존감은 취약하다.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호감에 지나치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외부의 영양 공급은 필요 없지 않겠는가? 내 인생을 규정하는 것은 남이 아니고 나 자신인데도 내 삶을 남들의 시선에 맡기는 것은 결국 불행으로 가는 길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팽창된 자아가 도박을 통해서도 힘을 쓸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자 했을까? 혹시 다른 한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인생은 전혀 살아남을 가치가 없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