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오랜만에 두툼한 경향신문을 손에 쥘 수 있는 주였다. 창간64주년 특집에서 경향신문은 별도의 특집 부록에서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가속화한 ‘시민권력 시대’를 집중 조명했다. 경향은 ‘이제 새로운 시민권력의 시대를 선언한다’(6일자 1면 <시민권력의 시대>)며 경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인터넷경향신문의 레이아웃이 시원하게 바뀐 모습을 보니 새삼 경향이 회춘(?)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젊어지는 경향의 흐름과 달리 문화면은 정체를 빚는 것 같다. 경향의 문화면은, 좋게 말하면 고전적인 느낌이 들지만 읽다 보면 섹션이 상당히 경직돼있다. 눈이 번쩍 뜨이게 재미있는 기사가 적다. 문화기사 하나하나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유의미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문화면만의 경향다운 매력이 없다. 그것은 기사의 주제가 평범하거나, 다루는 방식이 관성적이거나, 그도 아니면 전체적으로 기사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다른 면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의 광범위한 사전적 정의를 생각하면 정치·경제·사회·스포츠면을 제외한 모든 소식을 ‘넓은 의미의 문화기사’로 포괄할 수 있다. ‘문화면’이라 이름 붙은 섹션 이외에도 ‘트래블’, ‘(문화관련)기획’, ‘뷰’, ‘헬스’, 각종 칼럼 등을 모두 문화면에 합한다면 경향의 문화기사는 꽤 풍부하다. 하지만 지면 구성이나 다루는 주제는 경쟁사와 다르지 않은, 과거와 동일한 포맷을 관습적으로 따르는 느낌이다. 그마저도 생활정보 등을 제외하면 순수 문화기사의 양은 더 줄어든다.
특히 이번 주 대중문화기사는 대개가 평범했다. 영화 기사에서도 새로운 소재가 등장할 필요가 있다. 이번주 ‘뷰’섹션에서는 상영 중이거나 개봉예정인 로맨틱코미디 세 편을 묶어서 했다. (7일 22면 <’뻔한 결말’ 관객 외면…사회배경도 담아야>) 모두 흥행 성공이 예상되는 영화다. 분석 자체는 좋았지만 이미 화려한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들이라 식상한 느낌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젊은 세대는 웬만한 대중문화 정보는 모두 온라인을 통해 섭렵한다. 경향만이 들려줄 수 있는 대중문화 평론과 소식을 기대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간지의 문화면은 마니아층이 생겨나기 좋은 섹션이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문화 기획기사나 스타 예술가 필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재미를 맛봤다. 포털이나 인터넷 뉴스에 이미 많이 노출된 이슈나 (5일자 27면 <’리얼 버라이어티쇼 위기가 ‘멤버 변동’ 탓?>) 평범한 나열식 기사배치로는 열독률을 확보하기 힘들 것 같다.
클래식한 편집과 평범한 레이아웃도 변화를 주면 좋겠다. 최근 일간지도 일부 섹션은 마치 전문잡지를 보는 것 같은 지면 디자인을 도입한 사례가 많다. 반면 경향의 문화기사 중에 몇몇은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집을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 주를 예로 들면, 5일자 26면 <’손끝의 예술’로 소통 꿈꾸다>는 기사 박스를 약간 기울이는 디자인을 했지만 오히려 읽기는 힘들었다.
문화면은 일간지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신문엔 보통 칭찬할 일보다는 나쁜 일, 고발해야 할 사건들이 오르는 빈도가 더 높은데, 문화면 기사는 신문의 무거운 느낌을 상쇄하고 읽는 재미를 주는 섹션이다. 준 전문가 같은 마니아 계층이 증가하고 온라인에서 평론가 못지않은 글을 쓰는 ‘무림고수’들이 등장했지만, 그만큼 예술계의 광고판촉행위가 증가했고 성의 없는 댓글도 범람하고 있다. 6일자 창간특집에서 지적한 대로 ‘물 난리가 났을 때 정작 마실 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일간지 문화면의 역할이 오히려 중요해진 셈이다. 온라인 경향이 뉴스를 골라 편집하는 원칙은 ‘비·정·화’라고 했다. (6일자 11면 <온라인 경향 ‘비·정·화’ 뉴스는 마르지 않는다>) ‘비판, 정보, 화제’의 준말인데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면에서도 ‘비정화’ 원칙에 충실한 기사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편 경향은 문학에 집중해 문화기사를 강화하고 있다. <책 읽는 경향>은 경향의 얼굴을 한결같이 지키는 코너다. 국내 작가들이 선정한 책의 본문과 감상평을 매일 아침 독자에게 전달하는 경향의 센스는 고맙고 반갑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매주 <지리산 행복학교>를 연재하고 있고, 소설가 성석제씨, 작가 목수정씨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가를 고정 필진으로 영입했다. 그렇다면 연극을 다루는 경향만의 방식은 무엇일까. 영화를 식상하지 않게 분석하는 기사는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까. 다른 문화예술 기사감은 더 없을까? 독자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제 말이다. 진보언론 경향에서 다른 일간지와 차별화한 문화기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진보란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었던가.
오랜만에 두툼한 경향신문을 손에 쥘 수 있는 주였다. 창간64주년 특집에서 경향신문은 별도의 특집 부록에서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가속화한 ‘시민권력 시대’를 집중 조명했다. 경향은 ‘이제 새로운 시민권력의 시대를 선언한다’(6일자 1면 <시민권력의 시대>)며 경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인터넷경향신문의 레이아웃이 시원하게 바뀐 모습을 보니 새삼 경향이 회춘(?)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젊어지는 경향의 흐름과 달리 문화면은 정체를 빚는 것 같다. 경향의 문화면은, 좋게 말하면 고전적인 느낌이 들지만 읽다 보면 섹션이 상당히 경직돼있다. 눈이 번쩍 뜨이게 재미있는 기사가 적다. 문화기사 하나하나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유의미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문화면만의 경향다운 매력이 없다. 그것은 기사의 주제가 평범하거나, 다루는 방식이 관성적이거나, 그도 아니면 전체적으로 기사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다른 면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의 광범위한 사전적 정의를 생각하면 정치·경제·사회·스포츠면을 제외한 모든 소식을 ‘넓은 의미의 문화기사’로 포괄할 수 있다. ‘문화면’이라 이름 붙은 섹션 이외에도 ‘트래블’, ‘(문화관련)기획’, ‘뷰’, ‘헬스’, 각종 칼럼 등을 모두 문화면에 합한다면 경향의 문화기사는 꽤 풍부하다. 하지만 지면 구성이나 다루는 주제는 경쟁사와 다르지 않은, 과거와 동일한 포맷을 관습적으로 따르는 느낌이다. 그마저도 생활정보 등을 제외하면 순수 문화기사의 양은 더 줄어든다.
특히 이번 주 대중문화기사는 대개가 평범했다. 영화 기사에서도 새로운 소재가 등장할 필요가 있다. 이번주 ‘뷰’섹션에서는 상영 중이거나 개봉예정인 로맨틱코미디 세 편을 묶어서 했다. (7일 22면 <’뻔한 결말’ 관객 외면…사회배경도 담아야>) 모두 흥행 성공이 예상되는 영화다. 분석 자체는 좋았지만 이미 화려한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들이라 식상한 느낌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젊은 세대는 웬만한 대중문화 정보는 모두 온라인을 통해 섭렵한다. 경향만이 들려줄 수 있는 대중문화 평론과 소식을 기대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간지의 문화면은 마니아층이 생겨나기 좋은 섹션이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문화 기획기사나 스타 예술가 필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재미를 맛봤다. 포털이나 인터넷 뉴스에 이미 많이 노출된 이슈나 (5일자 27면 <’리얼 버라이어티쇼 위기가 ‘멤버 변동’ 탓?>) 평범한 나열식 기사배치로는 열독률을 확보하기 힘들 것 같다.
클래식한 편집과 평범한 레이아웃도 변화를 주면 좋겠다. 최근 일간지도 일부 섹션은 마치 전문잡지를 보는 것 같은 지면 디자인을 도입한 사례가 많다. 반면 경향의 문화기사 중에 몇몇은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집을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 주를 예로 들면, 5일자 26면 <’손끝의 예술’로 소통 꿈꾸다>는 기사 박스를 약간 기울이는 디자인을 했지만 오히려 읽기는 힘들었다.
문화면은 일간지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신문엔 보통 칭찬할 일보다는 나쁜 일, 고발해야 할 사건들이 오르는 빈도가 더 높은데, 문화면 기사는 신문의 무거운 느낌을 상쇄하고 읽는 재미를 주는 섹션이다. 준 전문가 같은 마니아 계층이 증가하고 온라인에서 평론가 못지않은 글을 쓰는 ‘무림고수’들이 등장했지만, 그만큼 예술계의 광고판촉행위가 증가했고 성의 없는 댓글도 범람하고 있다. 6일자 창간특집에서 지적한 대로 ‘물 난리가 났을 때 정작 마실 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일간지 문화면의 역할이 오히려 중요해진 셈이다. 온라인 경향이 뉴스를 골라 편집하는 원칙은 ‘비·정·화’라고 했다. (6일자 11면 <온라인 경향 ‘비·정·화’ 뉴스는 마르지 않는다>) ‘비판, 정보, 화제’의 준말인데 오프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면에서도 ‘비정화’ 원칙에 충실한 기사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편 경향은 문학에 집중해 문화기사를 강화하고 있다. <책 읽는 경향>은 경향의 얼굴을 한결같이 지키는 코너다. 국내 작가들이 선정한 책의 본문과 감상평을 매일 아침 독자에게 전달하는 경향의 센스는 고맙고 반갑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매주 <지리산 행복학교>를 연재하고 있고, 소설가 성석제씨, 작가 목수정씨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가를 고정 필진으로 영입했다. 그렇다면 연극을 다루는 경향만의 방식은 무엇일까. 영화를 식상하지 않게 분석하는 기사는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까. 다른 문화예술 기사감은 더 없을까? 독자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제 말이다. 진보언론 경향에서 다른 일간지와 차별화한 문화기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진보란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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