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2기 방통위의 역할과 방향은 특혜 제공을 통한 종합편성채널 안착으로 요약된다.
이달 말 출범하는 2기 방통위가 종편에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특혜로는 황금채널 배정과 KBS 수신료 인상, 미디어렙 제외 등이 꼽힌다. 최 위원장이 종편에 ‘올인’하겠다는 점을 공식 선언하면서, 종편을 제외한 방송·통신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2기 방통위의 정책 목표가 종편의 안착이 되리라는 것은 지난해 말 방통위가 광고 시장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자를 네 군데나 선정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특히 종편에 대한 황금채널(지상파방송 사이의 6·8·10·12번) 배정 문제는 올 상반기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편을 안착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적절한 채널을 갖도록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2기 임기 가운데 첫째로 부딪힐 일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편 사업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홈쇼핑이 사용하고 있는 황금채널을 받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 1월1일자 기사에서 대학교수의 말을 인용해 “종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2~3년간 케이블TV의 낮은 채널 번호를 확보해야 한다”며 채널 특혜를 드러내놓고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케이블TV 사업자(SO) 측에 홈쇼핑과의 황금채널 계약을 포기하라고 강제할 법적 수단이 방통위에 없다는 것이다. 홈쇼핑들은 황금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 약 5000억원을 SO에 지불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채널 편성은 SO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채널 편성표를 최종 승인하는 곳은 방통위”라며 “방통위가 종편에 낮은 채널을 할당하지 않은 편성표는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SO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종편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광고를 종편에 몰아주는 일도 2기 방통위의 주된 업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KBS2가 광고에서 해방되려면 1000원 인상으로는 안된다”며 KBS 수신료의 추가 인상을 주장했다. KBS 재원에서 수신료 비중을 확대하고 광고 축소분은 종편이 흡수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통위가 지난달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의결해 국회로 보낸 상황에서 최 위원장 스스로 의결을 부정하고 ‘소신’을 피력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수신료 인상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와도 배치된다.
최 위원장이 종편을 미디어렙에서 제외해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종편 광고 몰아주기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종편은 주어진 자기 시장과 영역이 있는데 새로운 규제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종편이 미디어렙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면 몰라도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문석 방통위 야당추천 상임위원은 “종편 특혜 제공은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기존 파이를 다시 나눠 종편에 몰아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종편에 특혜를 주면 줄수록 지상파와 SO 등 다른 미디어 시장은 붕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이 종편 안착에 힘쓰겠다는 뜻을 공식 선언하면서 다른 방송·통신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이 ‘IT 강국’으로 군림했던 통신 분야는 최 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후 크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하는 ‘정보통신기술 개발지수’에서 2006~2007년 연속 1위였으나 2009년 2위, 지난해 3위로 하락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네트워크 준비지수’에서도 한국은 2007년 9위에서 2010년 15위로 추락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파행이 거듭될 2기 방통위에 얼마나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종편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종편 특혜의 부당함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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