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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보도자료

언론독립 선언문 - 전태일 열사의 정신으로 언론독립 쟁취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 분신 40 주기를 맞아 일체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선언한다.

우리의 선언은 언론에 대한 특혜나 언론인을 위한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부정한 권력과 부패한 자본이 언론을 억압하거나 이용하여 국민의 생각과 삶을 부당하게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후대에 온전히 보전해 주어야할 강산(江山)을 소수의 이익을 위해 파헤치지 못하도록, 개발의 미명아래 가난한 이들의 집을 빼앗고 불태워 죽이지 못하도록, 외세의 압력에 굴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팔지 못하도록, 권력의 유지를 위해 허위의 증거로 민족상쟁을 부축이지 못하도록, ‘비정규직’ 한 단어로 약자의 노동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언론은 그 어떤 억압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 속의 진실을 보도할 수 있도록, 반드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언론은 채찍에 맞설 용기를 잃고 달콤한 당근에 취해 굴종과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스로 자유와 독립을 지키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는 권력과 자본의 개가 되어 그들의 주장과 논리를 한 점 비판 없이 실어 나르는 언론의 비겁과 나태를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추악한 언론의 현실이 단지 언론의 비겁과 나태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역사를 비틀어 온 부정한 세력들에 기인하고 있음을 직시한다.

일제강점 35년 이후에도, 이 땅은 새로운 외세를 등에 업은 친일파와 보수를 가장한 수구족벌언론, 그리고 이들과 공생한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유린당하며 아직도 참된 해방의 역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전범국(戰犯國) 일본을 대신해 남북으로 찢어진지 65년이 지났지만, 민족의 통일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군사독재 정권의 비호 아래 특혜와 독점으로 성장한 재벌자본은 노동자.농민은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피땀까지 불가사리처럼 집어삼키며 가난과 무지가 세습되는 극단적 양극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이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미화되는 것이 이 땅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늘에 가린 진실이다, 약자의 피눈물로 새겨지는 슬픈 역사다.

우리 언론의 역사는 이 고단한 한국의 현대사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평화통일을 주장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은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사법살해 된 후, 47년이 지나서야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74년, 정권의 사전검열에 맞서 자유언론을 요구하던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 113명의 청년기자들은,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 족벌자본에 의해 해직된 후 무려 36년째 거리에서, 구천(九泉)에서 고된 투쟁을 접지 못하고 있다. 광주와 민주주의를 학살하고 집권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저지른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강제해직은 80년대 한국 언론사를 피로 물들였다. ’87년 민주화투쟁 이후에도 우리 언론의 역사는 언론의 민주화를 위해 해직, 투옥된 언론인들에 대한 기록일 뿐이다.

그리고 2010년 오늘, 우리 언론은 또다시 수난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해직 8명, 중징계 180명, 기소 61명...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댕겨 처참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던 40년 전 이야기가 아니다. G20 정상회의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 이명박 치하의 언론 현실이다.

전과 14범을 수장으로 하는 이 정권은 공정성이 생명인 보도전문채널 YTN에 대통령후보 특보를 투하하고 이를 반대하는 기자 6명을 해직하며 언론장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공영방송 KBS에는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공권력을 총동원해 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한 후, 군사독재를 칭송했던 사이비 기자 출신들을 사장으로 앉히고 이에 항거하는 언론인들을 좌천, 유배시켰다. 이들은 권력 감시의 역할에 충실했던 MBC 제작자들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등, 군사독재 정권도 주저하던 직접적인 언론인 탄압까지 감행하였다. 입바른 소리를 하는 뉴스 앵커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는 물론이고,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수, 개그맨들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가혹한 탄압에도 MBC가 굴복하지 않자 정권의 허수아비들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MBC사장으로 투입해 지배구조를 장악한 뒤, 눈엣가시 같은 의 숨을 죽이기 위해, 외부압력을 막기 위해 노사가 협약한 ‘국장책임제’를 폐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는 언론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에 그치지 않고 입법과 행정을 넘나들며 전(全) 방위로 진행되었다. 자신과 한 몸통인 재벌자본과 조.중.동 족벌신문이 여론을 독점할 수 있도록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지상파 방송에 다름없는 세계초유의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하고, 인터넷 이용자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언론법 개악’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철면피한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재벌과 조중동의 여론 독점을 우려해 국민의 2/3가 반대하고 야당, 시민단체, 언론인들이 치열하게 저항하여 법안의 통과가 어려워지자 이 정권은 정체불명의 청년 수백 명을 의사당에 난입시켜 야당의원들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대리투표와 재투표를 자행하며 기어코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정부부처를 총동원해 재벌과 조중동, 그리고 군사독재정당의 후예인 한나라당이 대대손손 이 땅을 유린키 위해 고안한 종합편성채널의 번성을 위해 온갖 특혜를 몰아주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 3년은 언론탄압과 장악의 3년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저들의 침탈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3년이었다.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3차례의 언론노동자 총파업투쟁을 비롯해, 6명 해직기자들의 고난을 나누어지며 900여일이 되도록 공정방송쟁취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YTN노조, 39일간의 파업투쟁으로 공영방송 사수 의지를 불태운 MBC노조,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한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30일의 파업투쟁을 전개한 KBS새노조, 그리고 자본의 논리로 언론의 지역성, 공공성을 말살하고 오로지 사적이윤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세력에 맞선 언론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펼쳐진 3년이었다.

우리의 투쟁은 강고했고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 국민의 생각을 지배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원한 왕국을 세울 수 있다는 헛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의 손가락질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언론인들은 자신의 비겁과 무능을 가리기 위해 무리지어 언론독립의 뿌리를 갉아대고 있다. 이들의 오랜 분탕질에 지쳐 분노와 의기는 냉소와 체념으로 변하여 펜 끝은 더욱 무뎌지고 카메라는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오늘 우리가 전태일 열사를 다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좌절과 체념이 아니라, 한숨과 조소가 아니라, 마지막 남은 자신의 몸을 살라서라도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40년전 22살 청년의 그 뜨거운 의지와 각오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암흑의 시대를 뚫고 스스로 희망을 현실로 만들며 달려왔다. 권력과 자본의 나팔수였던 굴욕의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해고와 투옥을 피하지 않고 투쟁했다. ‘독립’이라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 언론 본연의 가치가 또다시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 일만 사천 언론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떨쳐 일어서려 한다. 40년 전 죽음으로 ‘인간 선언’을 했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의 각오와 저항으로 권력과 자본에 맞설 것이다. 언론노동자 하나하나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2010년의 전태일이 되어 언론의 독립을 반드시 사수할 것이다. 이것이 다시는 이 땅에서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길이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