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여적]여성 메인앵커

TV 뉴스의 진행자 ‘앵커(anchor)’는 뉴스의 중심을 잡는 닻(anchor)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60년대 미국 3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CBS TV의 전설적인 뉴스 진행자 월터 크롱카이트를 두고 ‘앵커맨’이라는 용어와 앵커시스템이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중량급의 앵커 중심으로 뉴스 방송을 만들어 왔다. 이 같은 ‘앵커시스템’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왔다.


최근 들어 다변화되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나이 지긋한 남성과 젊은 여성의 조합이 뉴스 진행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여성신문이 지난여름 공중파 3사(KBS, SBS, MBC)의 뉴스 프로그램 28개의 앵커 보도를 일주일간 조사한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오여삼’(50대 남성과 30대 여성), ‘남중여경’(남성은 무게 있는 뉴스, 여성은 가벼운 뉴스), ‘남선여후’(남성 먼저, 여성 나중에 리포트)라는 민낯이다.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며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뉴스보도 관행, 보수적 풍토가 지배적인 언론의 또 다른 단면인 듯하다.


KBS가 다음주부터 <뉴스 9>의 메인앵커로 이소정 기자(43)를, 함께할 남성 앵커로 최동석 아나운서(41)를 발탁했다는 뉴스가 일제히 주요 일간지 인물면을 장식했다. 주말뉴스,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여성 메인앵커가 등장할 때도 매번 뉴스가 됐지만, 평일 간판 뉴스의 메인앵커를 여성이 맡는 것은 전체 지상파 방송사 중 처음이라고 한다. KBS 출범(1973년) 이후는 물론 그 이전 국영방송 시절 1964년 9시 뉴스가 시작된 이후로도 처음이다. 여성 메인앵커의 첫발이라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KBS는 “시대적 감수성에 반응하는 뉴스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앵커와 함께 마이크를 잡는 최동석 아나운서가 동년배에, KBS 남자 아나운서로는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쓴 당사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뉴스 앵커의 전통적 문법을 깨뜨린 이번 인사가 형식만이 아닌, 뉴스 내용의 표준도 바꿔가기를, 그리고 뉴스의 중심이 이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 너무 거창한 의미부여일까. 이 기자는 “가르치려는 뉴스의 틀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송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