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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 시의성 있고 정보원 밝혀야 기사 신뢰

정일권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사람들은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기 주변의 일을 직접 다 보고 들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간접 정보를 통해 주변의 모습을 구체화시킨다. 사회적 이슈에 한정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정보원은 언론이다. 그런데 언론이 전하는 정보는 완전하지 않다. 기자가 본 것도 실제의 일부분이고 그 일부분 중에서도 시간적, 공간적, 인식적 제한 때문에 더 적은 부분만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결국 독자는 극히 일부의 정보만으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재구성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의 내용과 방식에 따라 독자들의 인식과 행동이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의 내용을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독자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볼 때 9월 셋째 주에 보도된 몇몇 기사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 번째 부류의 기사는 시의성 문제다. 17일자 1면에는 박정희 정권 때의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된 1140명이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집단 소송을 낸 것도 아니고 재심이 불가피하다고 이를 허용하는 방안이 결정된 것도 아닌 이 시점에 왜 기사화되었을까? 물론 최근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발언과 긴급조치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옅은 관련성이 다른 사건의 뉴스 가치를 앞설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대한 배경 이해를 위한 정보라면 인혁당 사건 자체를 설명하는 기사면 족하다. 시의성도 떨어지고 박 후보의 발언과 직접 관련성도 없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관한 내용이 왜 기사화되었는지 궁금하다.


헌법재판소가 유신헌법 긴급조치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언론이 공직자 선거에 나선 후보를 검증하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검증의 방식은 직접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칼럼이나 사설을 통해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이 옳다. 17일자 1면 기사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잘못을 많이 저지른 사람이고 박근혜 후보는 그의 딸”이라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연좌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전쟁에서 한 군인이 양민을 학살했다고 한다면 당사자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자녀는 그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어떤 면이 문제인지를 지적해야지 그가 누구의 자녀이며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논의해서는 안된다. 언론이 정치적 가치관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비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정치적 가치관과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지지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부류의 문제 기사는 인터뷰 대상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다. 18일자 17면에 보도된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관한 기사에서는 두 번 직접 인용 내용을 싣고 있다. 첫 번째 내용의 전달자는 ‘정부’고 두 번째 전달자는 ‘지식경제부 관계자’다. 두 경우 모두 정보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보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정보의 내용은 신뢰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보원의 소속, 나이, 실명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정보원을 익명 혹은 가명으로 처리해야 할 경우는 신분 노출이 정보원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예상될 경우에 한정된다. 기사에 인용된 내용은 전체가 아닌 일부 주유소의 문제이며 앞으로 제휴 할인카드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보원의 신분을 감춰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과연 이 인터뷰 대상자가 관련 내용을 알고 한 말인지 더 나아가서는 이런 말을 했는지조차 의문이 생긴다. 


19일자 5면의 “물증이 없는 현기환은 ‘수사 의뢰’, 증거 확보 자신한 홍사덕은 ‘고발’ ” 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홍 전 의원도 무혐의 비슷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새누리당의 누가 이런 말을 한 것인가? 새누리당 관계자가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을지 의문이다. 유사한 경우에 정치인들은 흔히 한 점 의혹 없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거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 역시 기자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전달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이러한 형식 때문에 기사 내용이 전적으로 기자의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정보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 독자는 언론이 제공한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한 정보는 독자가 자신의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언론은 독자가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