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그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이 다른 교수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단독취재란 이름을 붙여 이런 의혹을 제기하고 안 후보가 논문의 두 군데에서 인용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채 2년 앞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서모 교수의 박사논문을 “거의 옮겨쓰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 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고도 했다.
굳은 표정의 안철수 후보(경향신문DB)
사실이라면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운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뉴스데스크> 스스로 “의학박사 학위가 사실상 안철수 후보 경력의 출발점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 대로다. 그러나 엄청난 파문이 예상되는 것치고는 기사에 허점이 너무 많다. 논리 비약이 심하고, 취재 및 기사의 요건조차 못 갖춘 듯하다. 안 후보 대변인실은 “방송 1시간 전에야 대신 취재 전화를 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정확한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마치 공식 답변인 양 보도했다”고 말했다. <뉴스데스크>는 당초 “안 후보 측은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인터넷판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됐다.
무릇 모든 보도가 사실관계 등 완벽한 기사 요건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급박한 상황에서 충분한 확인을 못 거친 한 줄 보도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표절의혹 제기가 이에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 이 기사에는 최소한 이 부분이 표절이라고 확인해준 전문가의 자문조차 찾을 수 없었다. 미리 뉴스 방향을 정해놓고 함량 미달의 기사를 급조한 인상이 짙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이런 보도행태는 이른바 ‘아니면 말고’식 폭로라고 규정해도 좋겠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사실을 중시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주관과 의도를 앞세우는 태도가 토양이 된다. 언론은 별생각 없이 이를 저지르곤 하지만 그 폐해는 심대하다. 많은 경우 의혹이 사실 무근으로 판명나도 흠집은 남기 때문이다. 지금 김재철 MBC 사장은 노조와 사원 다수의 퇴진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필시 이번 대선에 있어서 특정 후보의 당선일 터이다. 이런 함량 미달의 보도가 나온 데는 이런 저간의 사정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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