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자기이익 최우선하는 권력과 언론의 거대한 야합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

엊그제 MBC <뉴스데스크>가 희한한 사건을 보도했다. MBC는 박철환 전남 해남 군수가 호화 관사까지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중이었다. 박 군수는 이 취재팀을 가로막고 한사코 어디론가 끌고가려 갔다. 알고 보니 목적지는 군수가 취임 전까지 살았다는 허름한 집이었다. 기자는 그가 청렴함을 과시하려는 뜻이었다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군수한테서 놀라운 말이 튀어나왔다. “야, 신문기자 너희들도 좀 따라와. ○○신문 기자들도!” 말투만 보면, 기자들은 부하직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어느 주재 기자는 취재팀에게 전화까지 걸어와 군수를 옹호했다고 한다. 

 사건 자체는 흔하디 흔한 지방자치 단체장 비리 의혹이다. 따라서 희한한 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취재중 기자가 겪은 일이다. 그런데 이것 또한 따지고 보면 희귀한 일이라 할 수도 없다. 지방신문 기자들과 취재원의 유착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른바 사이비 기자들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허위 기사 등 비리를 저질러 사법처리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것이 비하면 이번 사안은 경미하다. 군수의 부하 노릇을 했든, 변호를 자청했든 낯뜨겁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불법, 비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보도가 눈길을 끈 이유는 권력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날것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얼마나 공을 쏟았길래 군수가 기자들을 부하 부리듯 할까, 상상력도 발동한다. 


 그러나 이런 건 권언유착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도 쑥스러운 ‘애교’급이라고 본다. 지금 중앙에서 목도되는 권력과 언론의 거대한 야합과 비교할 때 그렇다. 권력과 언론은 밀월관계일 때도 있지만 대립·긴장관계가 ‘숙명’이다. 견제를 싫어하는 권력과 언론의 워치독(감시견) 역할은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때로는 권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에 손을 내민다. 연전에 청와대 행정관이 용산참사 물타기를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는 전략을 세우고 방송들이 호응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진짜 거대한 권언유착은 이른바 보수신문들과 이 정권 사이의 종합편성채널 거래다. 정권은 미디어 산업 재편을 한다는 구실로 보수신문들에 종편을 선물하려 하고 있다. 보수신문들은 종편 진출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정권 홍보에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모든 야합이 그렇듯 이 야합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슨 가치나 이념이 아니라 자기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