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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G20이 일깨운 경향의 ‘공감능력’부재(옴부즈만)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경향신문은 시각적으로 갑갑한 느낌을 준다. 1면을 비롯해 주요 지면을 7단으로 편재한 게 가장 큰 요인이란 생각이다. 정보량은 많지만 가독성이 떨어진다. 물론 언론의 일차적 관심사는 뉴스정보의 품질에 있다. 그러나 내용만 좋고 읽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좋은 콘텐츠일수록 잘 소비되게 서비스해야 한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탓에 ‘환율 갈등’, ‘경상수지 목표제’,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과문해서인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었으니 그 만큼 중요한 의제라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내 삶에 어떤 식으로 관여된 건지 끝내 헤아리지 못했다. 아마 옴부즈만 원고 집필 차례가 다른 주였다면 G20 관련 기사는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소재 자체가 딱딱하고 어렵다면 ‘어떻게’ 독자와 공감대를 넓힐지 특단의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보수언론과 차별화된 시각과 뉴스가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특급 필자인 장하준 교수의 특별기고 ‘G20 서울 컨센서스를 기대한다’와 이정우 교수의 시론 ‘G20 회의 개혁과제’를 9일과 10일 연이어 게재한 것도 역부족이었다. 이 모두가 경향의 정형화된 편집 틀 속으로 수렴되었기 때문이다.

 여파는 다른 심각한 현안과 변별력 없이 두루뭉술하게 전달되는 데까지 미쳤다. 언론이 G20에 정신 팔린 사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청목회 수사, 대포폰 진상, 국가인권위원회 파행 등 큼직한 이슈가 등장했다. 경향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전력을 고르게 배치한 것은 탁월한 균형감이었다. 특히 전태일 분신 40주기를 맞아 야심차게 기획한 ‘왜 다시 전태일인가’를 G20 직전까지 끌고나간 혜안과 내공은 찬사로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각 의제들이 일목요연하게 뇌리에 각인되지 않은 건 왜일까. 앎은 느낌을 통해서도 온다. 난 그 주된 원인이 직관적으로 소구되지 않는 편집에 있다고 본다.


 G20 보도를 포함한 정치·종합면도 문화와 교육면처럼, 나아가 수요일자의 ‘트래블’, 목요일자의 ‘뷰’, 금요일자의 ‘헬스’, 토요일자의 ‘책과 삶’처럼 편집하면 어땠을까. 말랑말랑한 주제의 지면에만 과감한 레이아웃, 다채로운 그래픽, 넉넉한 여백이 허용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하드한 주제일수록 표현기법은 소프트할 필요가 있다.

 ‘보는’ 신문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시대정신인 ‘공감 능력’의 제고를 위해 긴요하다. 시류에 영합할 필요는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세상의 원리다. 더군다나 언론은 매일 같이 신상품을 만들어 독자와 교류한다. 그 속성상 공감 능력은 선택의 차원을 넘어서는 과제가 된다.

 공감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우선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G20 의제처럼 아무리 난해한 주제이더라도 던져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명료한 구획 없이 묵직한 현안 여러 건을 동시다발로 제기하는 것은 독자를 주눅 들게 할 뿐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데 반비례해 구성원들은 복잡하게 사고하는 걸 기피하는 추세도 유념할 사항이다.

 물론 신문은 ‘읽는’ 것이다. 이 점에서 경향은 강점이 있다. 그러나 안주는 금물이다. 역시 지향점은 공감 능력에 두어야 한다. 독자의 참여 유도는 그 유력한 경로다. G20 자원봉사자가 있듯이 경향신문도 G20 시민기자단을 꾸리는 것이다. 혹 기사의 전문성과 취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기사거리를 발견하고 사안에 접근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경향은 ‘G20 과잉 홍보 낯 뜨거운 언론’(9일자 2면), ‘국제사회 비판 받을 G20 블랙리스트’(9일자 사설), ‘70년대식 G20 관제 캠페인’(10일자 10면), ‘G와 쥐’(11일자 30면), ‘G20 행사장 주변 직장인들의 하루’(13일자 8면) 등 G20이 초래한 후진적 행태를 잘 꼬집었다. 그러나 다소 진부한 레퍼토리다. 시민기자를 보태면 더 미세한 지점에서 풍성한 얘깃거리가 나왔을 것이다.

 경향은 G20의 대척점에 있는 비정부기구(NGO)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8일자 5면에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기획한 데 이어 11일과 12일에는 국제 노동계 대표들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했다.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행사는 12일자 사회면 톱기사에 올랐다. 그러나 형식미에 치중한 느낌이었다. 시민기자가 가세하면 모양새도 좋고 NGO의 정서와 목소리를 더 역동적으로 담아내지 않았을까. 발상의 전환에 기초한 보는 신문으로의 전환과 집단협업을 활용한 읽는 신문의 강화. 이 두 축은 경향신문의 공감 능력 배양을 위한 터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