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실제 법인주주, 사업계획서 낼 때보다 크게 바뀌었다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3사의 법인주주 명단은 사업자로 선정된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실제 승인장을 교부받을 때까지 3~4개월간 대거 변경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승인 신청을 할 때 제출해 심사를 통과한 사업계획서 내용과는 다르게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종편들이 심사 통과를 위해 서류상으로만 투자자를 모집한 것처럼 꾸며놓고 사업자로 선정된 후에야 실제 투자자를 끌어모은 정황이 포착된다. 종편들이 주주 구성을 급조하고, 방통위는 허술한 심사를 했다는 의혹이 따라붙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조 등 ‘종편 승인 검증 TF’가 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3개 종편 사업자에 애초 출자를 약속한 법인은 385개이고 약정 투자액은 1조993억7100만원이었다. 그러나 승인장 교부 시점에는 이 내용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46개 법인은 약속한 출자금액을 변경했고 120개 법인은 1606억원에 이르는 출자 약속을 취소했다. 이를 메우려고 92개 법인이 새로 1594억7300만원을 출자했다. 애초의 법인주주 중 31.17%가 투자를 철회했고 23.9%의 법인주주가 승인 신청 이후 출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채널A는 TV조선과 JTBC에 비해 법인주주 변동 사항이 많았다. 채널A는 승인 신청 당시 184개 법인이 3901억7100만원을 출자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 중 40%가 넘는 79개 법인이 808억5300만원의 출자 약정을 철회했다.
TV조선에 출자를 약속했다가 취소한 기업은 20개(309억원), JTBC의 출자 취소 기업은 21개(488억원)였다. 채널A에서는 다른 두 곳보다 두 배에 가까운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채널A는 납입자본금을 채우기 위해 43개의 신규 법인주주를 모집해 915억7300만원의 투자금을 새로 유치했다. 검증팀은 “급하게 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출처가 불투명한 돈도 상당수 채널A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채널A 신규 법인주주로 참여한 ‘한화생명 신탁’이다. 채널A에 30억원을 신규 출자한 ‘SK증권 신탁’이 위탁자를 효성그룹의 ‘노틸러스효성테크’로 밝히고 있는 것과 달리 한화생명 신탁은 109억9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실질적인 채널A 주식 소유자인 위탁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검증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종편에 투자하면서 실명을 밝히지 않고 신탁이라는 복잡한 방식을 선택한 것은 투자자의 신분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는 신탁 주식의 실소유주를 확인해 채널A가 심사규정에 반하는 주주 구성을 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팀은 채널A에 거액을 출자한 기업 중에도 실체에 의문이 이는 회사들이 섞여 있다고 밝혔다. 203억원을 출자한 ‘이앤티’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0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97억8000만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으로 돼 있다.
보고서를 내고 불과 3~4개월 사이에 수익성·환금성 논란이 계속된 종편 사업에 자산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출자한 것이다. 이앤티의 지분율은 4.98%로 주요 주주 기준인 5%를 살짝 밑돈다.
100억원을 출자한 ‘리앤장실업’은 금감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보고서가 아예 없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정보가 전혀 없는 셈이다. 골프장 사업을 하는 회사 ‘고월’은 2010년 말 기준으로 156억원대의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이듬해 초 채널A에 60억원을 출자했다. 고월은 지난해 말 법원에 기업회생(옛 법정관리)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김상조 교수는 “재무상태가 불량하고 기초적인 회계 투명성도 갖추지 못한 이앤티와 리앤장실업, 고월 등 3개 회사와 한화생명 신탁의 출자금액을 더하면 470억원에 이른다”며 “근본을 알 수 없는 큰돈이 종편 사업자의 건강성과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방통위가 결국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종편에 신규 출자한 사례도 많았다. KT그룹은 금융계열사인 KT캐피탈을 통해 종편 3사에 모두 20억원씩 출자했고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증권 등 3개 계열사가 출자금을 쪼개 JTBC와 채널A에 30억원씩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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