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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종편, 차라리 조중동, 매경, 한경에 다 주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숫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 사업자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부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3~4개라는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했다.

종편 사업자 선정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야당측 위원들은 이 ‘여당안’에 불쾌한 반응이다. 3~4개 발언을 한나라당의 정략으로 규정하며 반박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뷰스앤뉴스가 25일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여권 기류를 전한 게 발단이다. 이 관계자는 “특정 1~2개사에게만 종편 허가를 내줄 경우 특혜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해 조중동뿐만 아니라 매일경제 등 종전 신청사들에게 여건만 갖추면 모두 허가를 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허가를 받은 모든 신문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워, 앞으로 쓰러지는 쪽을 살아남는 쪽이 인수하는 형태로 M&A(인수합병)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인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연장선상에서 발언했다. 정 위원장은 27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방송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종편을) 한두 군데만 허가를 내준다면 그 자체가 특혜”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 경향신문자료사진

“방송통신융합의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채널을 허가를 내주고 안 내주고 한다는 것은 저는 옳지 않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도달한 데는 다 내주겠다’는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일단 그게 맞다고 본다” “방송통신이 융합한 시점에서는 누구든지 할 수가 있다”고도 했다.

사업자 수는 종편의 사업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다. 종편 진출 희망 언론사들은 자기 회사 한곳만 선정되기를 원한다. 많아야 자사를 포함해 2개다. 그런데 정부가 특혜성 조치를 보장해도 사업자 수가 3개 이상으로 많아지면 그 수혜의 파이는 줄어들고, 다른 종편, 케이블, 지상파와의 광고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조중동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 출신인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도 지난 25일 “1~2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1~2개이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봐야 한다.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진행자는 “일부 보수신문에서는 우리더러 뛰어들었다고 죽으라는 거냐는 반발도 있다”며 질문을 던졌다. 정병국 의원의 답이다. “안 하면 된다.” 그는 “괜히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망하는 것도 그 사람들 책임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과거와 같이 지상파 중심시대에 한정된 전파를 가지고 방송을 허가를 내주고 안 내주고 할 때는 방송이 제대로 운영이 됐느냐, 안 됐느냐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있을 수가 있다”며 “이제는 종편을 꼭 내줘야 될 이유가 없다. 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선정에 사활을 건 조중동이 발끈할 내용이다. 한나라당이 조중동과 마찰을 피하지 않기로 한 것일까. 정 의원 등 여당 관계자들의 특혜 차단, 사업실패 책임이나 M&A 가능성 같은 발언은 겉보기엔 자유시장경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조중동 중 1~2개만 선정했을 때 탈락 언론사 1~2곳의 반발이 여권에 미칠 타격을 고려했을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이 곧 다가오는데, 탈락 언론사는 여당에 대해 분풀이성 보도를 할 수 있다. 1~2곳의 강한 적의를 가진 적을 만드느니 불만과 볼멘소리를 듣더라도 3곳 이상에 무더기 허가를 내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방통위는? 우선 최시중 위원장은 선정 기준을 절대평가로 정한 이후 일관된 발언을 하고 있다. 22일에는 “채점기준이 녹록치 않아 신청사 모두 될 수도 있으나 모두 안 될수도 있다. 몇개를 선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말인데, 한나라당쪽에는 ‘모두 될 수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양문석 위원. 경향신문자료사진



방통위 야당쪽 양문석 위원은 ‘특혜 차단’ 발언을 어불성설이자 대국민 사기행각으로 규정한다. 그는 격한 어조로 “어디 함부로 방통신위원회를 끌어들여 자신들과 마치 합의라도 한 양 밖에서 폼을 잰단 말인가”라며 “방통위 내부에서 한 번도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방통위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그 자들의 눈에는 바지저고리로 보이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합의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리고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 3인 또한 그렇게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양 위원은 오히려 사업자 수는 1개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 생존가능성이 흐릿하지만 그나마 있는 사업자 수는 분명히 밝히건데 한개일 뿐”이라며 “이것이 방송시장과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2개 이상일 경우 이는 정책이 아니라 정략이다. 오로지 한나라당을 위한 정략일 뿐”이라고 했다.

양 위원은 또 “1개도 현재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고 이후 방송정책의 변화과정을 예측해 보면 더욱 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무려 4개를 주자고 한다”며 “그래야 특혜시비가 일지 않는다는 논리인데, 그렇게 공정한 한나라당이었으면 애초부터 특혜법을 만들지를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언했던 글로벌미디어그룹과 1만명 이상의 일자리창출의 허구를 지적했다.

양 위원은 “애초 한나라당이 기획해서 지난 해 내내 국회를 파행지경으로 몰아갔던 방송법이며, 그마저 지난 해 7월22일 폭력적 날치기 통과시킨 방송법이며, 오로지 조중동을 위해서 그렇게 했던 방송법 그 자체가 특혜덩어리”이라며 “이제와서 ‘특혜 걱정을 한다’니 어불성설이요 대국민사기행각”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차라리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 중 탈락자들로부터 받을 비판이 두렵다. 그냥 다 주자’고 솔직히 말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