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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KBS G20 보도 지나치다(사설)

‘86·88’이 온 국민의 희망처럼 떠받들어진 시절이 있었다. 군사정권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선전했고 이를 모든 언론이 충실하게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은 ‘86·88’이 모든 것인 양 떠들어대는 소리에 식상해 하면서도 집요한 주입교육에 세뇌되어 갔다.

 이젠 그런 시절이 지나갔나 했지만 그게 아니다. 또 다시 파상적인 G20 정상회의 홍보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 회의가 국운상승과 선진국 도약의 계기라고 선전하는 정부에 공영방송 KBS가 적극 호응하는 보도행태가 지나쳐 보인다. KBS 새 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G20 특별기획-희망로드 대장정’ 시리즈를 시작으로 KBS가 방송했거나 방송 예정인 G20 관련 특집 프로그램이 TV에만 60여편, 편성시간으로는 55시간(3300분)이었다고 한다. 새 노조는 엊그제 ‘G20 방송 광풍, 누구를 위한 것인가’란 성명을 냈다. 성명은 ‘특별기획 국가탐구 G20’ ‘G20 특별기획 세계정상에게 듣는다’ 등 특집과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G20 홍보 스팟과 일일 뉴스까지 합하면 그 시간은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인력이 G20 특집에 투입돼 정규 프로그램 제작마저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했다.

KBS홈페이지 캡쳐


 우리는 새 노조의 문제제기가 적절했다고 본다. G20가 중요한 국제행사인 것은 맞다. 방송은 그 의미를 충분히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G20의 명과 암을 균형된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G20 정상회의-쾌적한국 일류로 가는 길’ 특집류의 찬양 일변도는 행사 홍보, 정권 홍보에 앞장선다는 인상 이상의 것을 시청자들에게 주기 어렵다. G20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음에도 선진국의 환상을 심어주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은 1980년대의 주입식 홍보에 현혹될 의식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방송은 옛날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꼴이니 이것이야말로 후진적 방송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은 G20 회의 하나 잘 치렀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님을 잘 안다. 이 정권은 4대강 사업 등에 반대 여론이 높은 주요 원인을 홍보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다. KBS가 공영성 강화보다 정권 홍보에 힘을 쏟는 데는 이런 까닭이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