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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직설]규제의 늪에 빠져있는 지상파 방송사

채널이 많아지고 플랫폼도 늘어나면서 TV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 와중에 tvN 나영석 PD는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내며 스타 PD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나 PD의 연승 행진에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것을 딱 맞춰 보여주는 탁월한 감각, 섬세한 연출과 더불어 플랫폼별 상이한 규제 환경을 영리하게 활용한 전략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그는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이직하며 ‘배우가 해외여행을 가는 시즌제’ 예능을 론칭했다. <꽃보다 할배>는 기존에 그가 만든 예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지상파가 할 수 없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시즌제를 선택할 경우 시작을 하면 한동안 묶여 있어야 하는 레귤러 프로그램과 달리 며칠을 내리 찍고 본업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 활용이 가능했다. 또 몰아 찍고 숨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외여행도 새로운 선택지가 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핵심이라면, 그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 포지셔닝을 하면서 ‘배우가 한동안 어딘가에 머물며 생활하는 예능’이라는 독점적 영역을 선점한다.


큰 제작비를 쏟아 짧은 회차 안에 끝내는 것은 분명 승부였겠지만 승산 있는 게임이었을 거다. 첫 시즌을 성공하면 다시 돌아오는 시즌에선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값이 오르면 광고를 고액으로 팔 수 있다. 그러니 돌아올 때까지 쉬는 것도 감내할 수 있다. 여기서 지상파의 규제 환경과 갈린다. 지상파는 프로그램이 아무리 대박을 내도 비싸게 광고를 팔 수 없다. 실질적으로 시간대 광고 단가가 거의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상파는 쉴 수 없다. 매주 꾸역꾸역 시간을 채워야 수익이 생긴다. 이후 지상파가 시즌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그건 시즌제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청자들은 이미 맛을 본) 재미를 지상파만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주 광고 판매율과 가장 호응한다는 2049 시청률을 보면, 톱 20 프로그램 중 15개 정도를 지상파가 차지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려운데 지상파는 적자의 위협을 느끼는 반면 케이블 종편 중에는 매년 흑자 폭을 늘리고 있는 방송사들이 있다. 그들이 소수의 프로그램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지상파는 상당히 억압적인 규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어떤 이들은 중간광고를 도입해도 지상파의 경영난은 벗어나기 어렵다고 나무라나, 사실은 그 외에도 비대칭적인 규제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광고의 직접 영업이 금지되어 있고, 광고주가 지상파에 광고를 집행하려면 종교, 지역방송 등의 광고시간도 사야 해 광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광고 관련 차별적 규제로 언급되고 있다.


편성 규제도 엄격하다. 지상파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 건 마땅한 일이다. 보도, 시사 프로그램은 사회적 기능을 다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제작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락 프로그램이 공익적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감당할 만큼 여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 공익성을 강화하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선순환이 깨진 지 오래다. 시청자는 더 유익한 방송을 만들라 하지만 지상파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심의 규제도 촘촘하다. 같은 내용을 방송해도 지상파만 징계를 받을 일이 많다.


지상파 PD들은 더 작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의 심정이다. 적폐 시절 지상파가 고전하는 동안 경쟁 방송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얼마 전 종편을 소유한 한 신문은 지상파 방송사가 적폐 청산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며 비판했다. 종편을 만들며 지상파를 따라가기 위해선 규제 혜택이 절실하다고 했던 이들이 지금은 규제 개선 같은 외부 환경 탓 하지 말라며 힐난하는 것을 보며 분루를 삼킨다.


진보 진영도 혁신하라며 공허한 주문을 넣고 있다. 능서불택필이라고 했나. 공을 더 빨리 던지라면 노력하겠다. 하지만 더 작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어 이기라는 건 온당치 않다. 그건 불공정한 룰이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제 역할을 못해왔다고 실망한 분들도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려보시길 바란다. 더 노력하라는 말로는 원하는 모습의 지상파를 만들기 어렵다.


<김신완 | MBC PD·<아빠가 되는 시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