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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출근 제지당한 길 사장 “노조의 방송장악 막겠다” 버티기

출근 제지당한 길 사장 "노조의 방송장악 막겠다" 버티기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19일 노조는 길 사장의 출근을 막았다. 길 사장은 “기자들의 직종이기주의, 좌파노조의 방송장악 시도를 막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날도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팀장급 PD 54명의 성명이 나오고, 경영직군 팀장 35명이 보직 사퇴했다. 기자들과 두 노조의 문제라는 길 사장의 설명과 달리, 방송은 파행하고 길 사장은 고립무원의 처지로 가고 있다. ‘길환영 대 KBS’의 대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길 사장은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다. 오후 3시 예고한 기자회견을 오전에 취소했다가 오후 4시에 다시 회견을 자청했다. 오전 10시로 잡혔던 사원과의 대화는 열리지 않았고 길 사장이 계획한 사내방송도 두 차례 연기하다 결국 무산됐다.



길 사장은 회견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며,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관련 뉴스를 20분 안쪽에 넣으라고 한 적이 없다. 30분이 넘으면 지방뉴스로 넘어가면서 못 보는 지역도 생기니 참고하라는 것이었다”며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들도 믿을 곳은 해경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등의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희롱 사건이나 여당 모 의원 관련 뉴스 등을 줄이거나 키우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9일 김 전 국장이 사퇴하던 날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박 수석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는데’라고 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김 전 국장이 ‘거짓 폭로’를 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보도본부 부장단 18명은 지난 16일 보직 사퇴하면서 “우리는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길 사장의 ‘모르쇠’ ‘외압 부인’ 발언 후 KBS 내부의 사퇴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KBS 지역방송국 부장단들은 보직을 사퇴했다.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제작 거부 첫날부터 KBS 뉴스는 차질을 빚었다. 메인뉴스인 <뉴스9>은 기자인 최영철 앵커가 제작 거부에 참여하면서 아나운서인 이현주 앵커가 단독 진행했다. 사전에 제작된 뉴스 위주로 편성해 19분 만에 끝났고, 자연 다큐멘터리로 시간을 메웠다.



KBS 구성원 대다수가 퇴진을 압박하면서 길 사장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서 길 사장의 거취 결정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