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앵커요? 까딱하다간 순식간에 무개념 앵커가 되기 십상인데….”
8월6일 만난 SBS 평일 <8시 뉴스> 김성준 앵커(48·사진)는 요즘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다소 겁나고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사태에 대해 일침을 놓았던 클로징 코멘트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그가 뉴스 말미에 전하는 클로징 코멘트는 매일 수십차례 혹은 수백차례 트위터를 통해 리트윗된다.
“특별상은 특별한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 신아람 선수에게 특별한 게 있다면 남들 다 갖는 정당한 기회를 빼앗겼다는 것” “요즘 에어컨 틀면서 전기요금 걱정하지만 독거노인 쪽방촌에서는 폭염이 생존의 문제” 등 최근 그의 클로징 코멘트는 ‘어록’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그가 메인 뉴스 진행을 시작한 뒤 SBS 뉴스 시청률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른 경쟁 방송사의 편향성이 부각된 데다 파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예전에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데 뉴스 보도의 무게중심이 있었다면 최근 1년 새 SBS 뉴스는 이 같은 방침에서 선회해 좀 더 여유롭고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이전에는 편집회의에서 논의되던 클로징 코멘트가 앵커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진 것도 그 일례다.
“굉장히 고민되죠. 뉴스 진행자로서 시청자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점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결국 대중이 갈증을 느끼고 요구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게 ‘상식’이더라고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기본인데 그렇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는 앵커의 역할을 ‘약장수’라고 표현했다. 바쁜 사람들을 붙잡아 약의 효능을 설명해 약을 팔고, 또 사러 오게 만드는 것처럼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약장수’로서의 역량이 빛을 발한 건 지난해 11월 한·미 FTA 비준안이 날치기 처리되던 때다. 당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 오늘 집회는 빨리 해산시킬 수 있겠지만 내일 더 많은 군중이 모여들지 모릅니다”라고 지적했고 그의 말은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엔 후배들이 현장에서 머리채를 잡히며 수모를 당했는데 지난해엔 현장에서 박수를 받았대요. 엄청난 변화였고 감사한 일이었죠. 약장수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하고 있다는 보람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는데, 앞으로 앵커를 맡는 동안 계속 지고 가야 할 짐이겠죠.”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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