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뉴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종교적으로 암살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종교 고문이라고 불리는 짐 왈리스 목사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루퍼트 머독 소유의 우파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가 대통령을 종교적으로 암살하기 위한 계산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왈리스 목사는 25일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폭스뉴스가 보도하는 시각이 진실과 공손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폭스 뉴스 채널에서 나타나는 의견들이 미국인 5명 중 1명 꼴로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믿게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건전한 논쟁은 찬성하지만 캐릭터, 애국심, 심지어 믿음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덧붙였지요.
아시다시피 오바마와 폭스 뉴스는 불편한 관계입니다. 아니 불편함을 넘어 앙숙이라고 해도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즈 회장은 지난 18일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극좌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사회주의는 프랑스와 독일인들로부터도 감당하기 힘든 극좌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9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관점을 의도적으로 선전하는 매체들이 있었고 폭스뉴스는 그런 언론 부류라고 생각한다" "(폭스뉴스의 관점은) 이 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매우 파괴적이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지요.
얼마전 끝난 중간 선거를 둘러싸고 대립은 증폭됐어요. 폭스뉴스의 대표적 라디오 쇼 진행자인 글렌 벡은 미국의 전통가치를 회복하자는 주제의 집회를 열고 보수 결집을 꾀했고 (물론 그는 정치적 의도가 없는 집회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등 개인적인 신상 문제에 대해서까지 공세를 폈지요. 그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행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판한 폭스뉴스에 대해 행정부 고위 인사와의 인터뷰를 금지하는 등 강경책을 폈습니다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고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한다면 팩트에 근거를 둔 의견 표명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겠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들도 채널이나 신문마다 다양하게 표현되는 의견을 듣고 고를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미디어 다양성의 근원이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미 단서를 달았듯이 그 의견은 팩트에 근거를 둔 보도가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인용하는 수치나 취재원이 왜곡돼 있다면 거기서 추론된 의견이 건강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폭스뉴스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알고 싶으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인 로버트 그린월드가 만든 <아웃폭스드 (Outfoxed)>라는 다큐멘터리를 한번 쯤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2004년 작품이니까 괘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과 폭스뉴스의 PD, 편집자, 진행자가 어떻게 뉴스 어젠다를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영국에서 친구들, 교수님과 함께 이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위 "입닥쳐 (Shut up!)" 장면입니다. 9·11 테러 당시 아버지를 잃은 제레미 글릭 10대가 빌 오라일리 쇼에 출연했어요. 빌 오라일리는 9·11 공격에 가장 분노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던 대표적 보수 성향의 진행자이죠. 아버지를 잃은 글릭은 부시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 광고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었고 오라일리는 이에 대해 '극좌 입장' '네 아버지는 너 같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비판합니다. 글릭이 '조지 부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9·11 사건의 유족들에 대한 동정심으로 편협한 우익의 관점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하지만 오라일리는 막무가내로 "입 닥쳐"를 외쳐댑니다. 결국 글릭은 제대로 된 논지조차 펴지 못하고 쇼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던 친구들과는 저는 이 장면에서 서로 그야말로 씁쓸한 '썩소'를 날렸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입닥쳐"가 유행어가 됐지요.
아, 이 다큐멘터리가 폭스뉴스의 부당성에 대해 알렸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폭스뉴스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줬다는 분석도 있다고 하니 폭스뉴스의 힘,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종교 고문이라고 불리는 짐 왈리스 목사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루퍼트 머독 소유의 우파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가 대통령을 종교적으로 암살하기 위한 계산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왈리스 목사는 25일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폭스뉴스가 보도하는 시각이 진실과 공손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폭스 뉴스 채널에서 나타나는 의견들이 미국인 5명 중 1명 꼴로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믿게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건전한 논쟁은 찬성하지만 캐릭터, 애국심, 심지어 믿음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덧붙였지요.
아시다시피 오바마와 폭스 뉴스는 불편한 관계입니다. 아니 불편함을 넘어 앙숙이라고 해도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즈 회장은 지난 18일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극좌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사회주의는 프랑스와 독일인들로부터도 감당하기 힘든 극좌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9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관점을 의도적으로 선전하는 매체들이 있었고 폭스뉴스는 그런 언론 부류라고 생각한다" "(폭스뉴스의 관점은) 이 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매우 파괴적이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지요.
얼마전 끝난 중간 선거를 둘러싸고 대립은 증폭됐어요. 폭스뉴스의 대표적 라디오 쇼 진행자인 글렌 벡은 미국의 전통가치를 회복하자는 주제의 집회를 열고 보수 결집을 꾀했고 (물론 그는 정치적 의도가 없는 집회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등 개인적인 신상 문제에 대해서까지 공세를 폈지요. 그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행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판한 폭스뉴스에 대해 행정부 고위 인사와의 인터뷰를 금지하는 등 강경책을 폈습니다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고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한다면 팩트에 근거를 둔 의견 표명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겠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들도 채널이나 신문마다 다양하게 표현되는 의견을 듣고 고를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미디어 다양성의 근원이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미 단서를 달았듯이 그 의견은 팩트에 근거를 둔 보도가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인용하는 수치나 취재원이 왜곡돼 있다면 거기서 추론된 의견이 건강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폭스뉴스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알고 싶으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인 로버트 그린월드가 만든 <아웃폭스드 (Outfoxed)>라는 다큐멘터리를 한번 쯤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2004년 작품이니까 괘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과 폭스뉴스의 PD, 편집자, 진행자가 어떻게 뉴스 어젠다를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영국에서 친구들, 교수님과 함께 이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위 "입닥쳐 (Shut up!)" 장면입니다. 9·11 테러 당시 아버지를 잃은 제레미 글릭 10대가 빌 오라일리 쇼에 출연했어요. 빌 오라일리는 9·11 공격에 가장 분노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던 대표적 보수 성향의 진행자이죠. 아버지를 잃은 글릭은 부시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 광고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었고 오라일리는 이에 대해 '극좌 입장' '네 아버지는 너 같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비판합니다. 글릭이 '조지 부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9·11 사건의 유족들에 대한 동정심으로 편협한 우익의 관점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하지만 오라일리는 막무가내로 "입 닥쳐"를 외쳐댑니다. 결국 글릭은 제대로 된 논지조차 펴지 못하고 쇼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던 친구들과는 저는 이 장면에서 서로 그야말로 씁쓸한 '썩소'를 날렸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입닥쳐"가 유행어가 됐지요.
아, 이 다큐멘터리가 폭스뉴스의 부당성에 대해 알렸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폭스뉴스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줬다는 분석도 있다고 하니 폭스뉴스의 힘,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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