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6일 구본홍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사수투쟁을 벌이던 YTN 기자 6명이 해고당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첫 언론인 해고사태다. “벌써 2년이구나, 시간이 빨리 갔다는 느낌만 듭니다. 의미를 짚자면 6명이 서로 격려하며 잘 버텨온 것 같습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의 해고 2년에 대한 소회다. 노 전 위원장은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핵심만 간결, 정확하게 전달했다. 오랜 앵커 생활로 입에 배인 어법같았다. 1994년 입사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구속과 함께 ‘해직기자’란 멍에가 주어질 줄 몰랐다. 그는 “해직기자가 된 걸 명예롭게 생각한다”며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해직이란 표현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단어”라며 “그런 점에서 빨리 해직기자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한다.
2008~2009년 YTN 노조 투쟁에서 6명의 해고를 비롯 모두 40명이 징계를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모두 180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다. 노 전 위원장은 “180명은 MBC 신경민 앵커의 하차처럼 기자일을 박탈당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인사상 불이익 사례 등은 제외한 숫자”라며 “지금도 정권 정책 반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미디어법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구속, 체포, 기소돼서 재판받고 있는 언론인 수가 6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런 언론장악의 현상과 양태들은 군사정권때 있던 것인데, 현 권력 속성이 5·6공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YTN 해직기자 6명은 지난해 말 ‘해·정직징계무효소송’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 회사측은 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이후에도 변론재개 등으로 항소심을 늦추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1심이 무죄가 나왔다. 일정을 볼 때 상식적으로 7월에 판결났어야 했다”며 “사측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유로 변론 재개 신청해서 소송이 늘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판결은 나올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1심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늦추는 정도가 회사가 할 수 있는, 배후가 있다면 배후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도 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인터뷰 기회가 왔으니 회사 측에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법정에서 싸우더라도, 언론사로서의 품위를 지키면서 싸우면 좋겠습니다.” 사측이 변론재개에 밝힌 “YTN은 주주 구성상 정부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인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 과연 부적절한가”라는 말에서 드러난 사측의 태도가 언론사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지금 YTN 방송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기자, PD, 앵커들이 권력이나 자본 등 장애물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취재보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망가지고 있다는 건 보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김유정 대변인이 나와 대통령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정책을 홍보하는데 생방송 시간을 할애하는 뉴스는 시청자들에게 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움이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으니까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실지 몰라도 현장에서 (불공정 보도를) 막아내고 개선하는 싸움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전 위원장은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의 책임검증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민실위나 천안함 검증위가 기본적으로 취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저는 옛날 돌발영상 때 자료 뒤지는 일과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해직기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우장균 기자는 지난해 말 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에 당선됐다. 현덕수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특임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승호 기자는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으로 일하다 개인 사정으로 일을 잠시 그만뒀다가 최근 복귀했다. 정유신 기자와 권석재 기자는 주로 회사에 머무는데, YTN 징계무효소송과 일을 하며 노조와 해직기자, 선후배간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괜히 앞장섰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노 전 위원장은 “건방진 답변이 될지 모르겠는데, ‘왜 나지’ ‘괜히 그랬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제 처지가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며 “다만 여러 가지 소송 문제가 얽히면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은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해직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의견을 조율하다보면, 해법이 생긴다”고 말했다.
2년을 버티는 데 회사 안팎의 도움이 컸다. YTN 구성원들은 해직기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생활비를 보존해 주기 위한 ‘희망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노조 계좌에 조합원 100명이 지속적으로 매달 10만원 이상을 낸다. 언론 관련단체와 시민들도 후원하고 있다.
노 전 위원장은 “생활이 뻔한 사람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보니 희망펀드 돈 받는 게 제일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희망펀드 운영 초기 해직기자가 몰래 자기가 받은 돈을 희망펀드에 내다 들킨 일도 있다고 한다. 노 전 위원장은 “희망펀드가 없었다면 해직자들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복직하면 다시 앵커를 맡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할 때 나의 책임 아래 나의 생각을 묻고, 그에 대한 평가를 시청자로부터 고스란히 받는 일이 참 멋있어 보여요. 권력자든 서민이든 시청자가 궁금해 할만 걸 묻고 답을 끌어내고, 어떤 뉴스가 갑자기 터져나왔을 때 원고 없이도 핵심 잘 뽑아내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글·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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