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5. Noribang의 5:5 법칙 => 제목과 표현을 생각하며...

        경상남도 언저리에서 촬영한 대숲(竹林)입니다.
      곧은 줄기 마디에서 창창한 잎새를 만들고, 푸른 하늘과 호흡을 맞추는 대나무에서
      삶의 자세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됩니다. 




Noribang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서울에는 300mm 가까운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합당한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심 인근에서 많은 수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도로나 주택 등으로 토지가 포장되고 물이 빠지는 곳은 일부 하수구로 국한되어
상대적으로 (특히 경사가 낮은 저지대의 경우) 
조금만 비가 세게 내려도 물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
거기다 물이 역류하게 되면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쉽사리 출입이 통제되는 청계천의 경우에는,
천변이 돌과 시멘트로 잘 포장되어서
물이 흘러들기는 해도, 주위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하류에 있는 중랑천이나 한강 본류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고로, 도시에서는 자연형으로 물이 빠지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투수성 포장재의 사용을 늘리며, 하수도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강 본류의 넉넉한 용적량을 예산을 과잉 투자하면서 손상시키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재해를 당한 분들을 위로한다면서
전 서울시장이 현장을 찾아 했던 말과 연결되는 점이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편히 먹으세요"

여기에 대해 경향닷컴이 그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소개하자,
몇 사람이 웃으면서(?!) 이런 종류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분은 위로하려는 뜻으로 한 말인데, 경향 등이 너무 삐딱한 시선으로 본 것 아닌가?"


하지만, 취지야 위로하려는 뜻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기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세금을 받고 올바른 정책을 꾸려야 하는 정부가
자신이 재해 방지를 위해 할 일을, '자연이 만든 일'로 넘기고,
피해를 당한 이의 처지를 가볍게 본 것이라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덧붙여 그가 평소에 보인 행태 - 입담과 포옹은 잘 해도, 신빙성과 실효성은 약소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꾸준히 자신에 대한 불신을 쌓아온 행태가 '자업자득'을 만들고 있다고 여기며, 
이 점에서 경향닷컴이 제기한 이야기는 비록 언론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삐딱하게' 보일지라도,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Noribang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어떤 사람이 '좋은 의도'를 갖고 말과 글을 풀어낸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그 의도대로 수용자에게 다가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문의 경우, 정보 전달자나 의견 논평자가 가진 목적을
다른 이들에게 정확하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목에서부터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가치있는 내용과 정확한 정보력, 
그리고 수용자에게 거부감을 적게 줄 수 있는 단어/문장 선택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어설픈 부분도 많았지만,
제가 경향신문을 읽고 의견을 보냈던 것에는
제목이나 내용의 표현에 관한 내용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사나 칼럼, 사설의 내용은 수긍이 가더라도,
전달/표현력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불편함이나 의문을 던진다면,
(일부러 불편함을 주려는 의도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전달력은 반감되고, 심지어는 역효과를 줄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이를 5:5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전달자의 의도인 5>와 <수용자의 이해인 5>가 합쳐 온전한 10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가(음성, 문자, 단어, 문법, 숫자, 필체, 기호 등...)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해리 포터]에서 '레질리먼시' 마법을 쓴다거나,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관심법'을 쓰는
그런 도통(?!)의 경지에 올라가지 않는다면,
인간이 상대의 생각을 온전히 읽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불립문자',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큰 가르침을 주면서도,
실생활에서는 문자와 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가 봅니다.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마칠까 합니다.
벌써 새벽이 다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ㅜㅜ



북한은 이달 상순에 열지 못한 당대표자회를 28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례 없는 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악화설,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투쟁설 등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다. 사실 북한은 최근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위상 증대에 이어 어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부총리로, 김계관 부상이 제1부상으로 승진하는 등 권력 주변 인물의 변동이 잦아졌다. 외부에서도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한반도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길이 없다. 남북관계를 단절시킨 이명박 정부가 그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라면 북한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모험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북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 대화하고 접촉하며 북한을 유인하고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가 곧 발간할 2010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권 내에는 한반도 불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같은 이도 바로 그런 세력의 일부가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북한의 군량미가 100만t”이라며 “지원받은 쌀을 군량미로 비축하고 기존의 비축쌀을 푸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대북 지원”을 반대하는 그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떠나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을 걸겠다는 그의 발언 의도가 합당한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쌀지원 요청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및 남북 군사실무회담 제의를 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때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쌀지원을 최소 규모로 줄이더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제조건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수세적·소극적 대응은 통일을 준비해야 하니 통일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던 정부의 태도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는 전진적 태도를 보이다가도 멈추고 되돌아가는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대북행보를 되풀이해왔다. 아마도 정부 안팎에 대북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최근 남북대화 움직임도 그들에게는 분명 불편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반도 불안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 누구도 그들의 말을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 하물며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입력 : 2010-09-23 23:01:01



위에 제기된 사설에서 제가 받은 느낌이 있습니다.

 "이 좋은 내용에서, 꼭 제목을 이런 식으로 써야 할까...." 

 대체로 그렇듯, 경향신문 사설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대북 관계에 있어 유연함을 발휘하고, 남북이 서로 적극적으로 접촉해서 위험성을 관리하며,
한반도 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강경책을 고집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내용은
진보/보수를 아울러 충분한 관계의 기초 조건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사설 제목에서 - '방해하는 세력'이라는 말은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에서 지나칠 정도로 충실히(?!) 했던 표현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비난하는 대상은 서로가 반대였고, 표현하는 수준도 상당히 달랐지요.


하지만, 경향신문을 대안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이들을 향해서,
'방해하는 세력' 이라는 제목의 표현이나
'아마도 정부 안팎에 대북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누구도 그들의 말을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문구가 백성들에게 어떻게 수용될 지를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 역시 Noribang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진실되고 올바른 정보와 가치관을 (의도로 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도,
자칫 '경향신문 또한 과격하고 편향된 언론일 따름이다'고 
백성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결과를 부를까 걱정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한동안 활발하다 근래에 잠잠하던 모욕적 댓글이 경향닷컴에 들어왔더군요)


궁극적으로는, 같은 생각이라도 (기본적 담론이 통하는 지식인이 아닌) 
보통의 가정집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고 신문을 보는 독자에게
수용이 더 잘 되고, 여기서 한 가지씩 철학을 넓힐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해서,
경향신문의 가치를 타 언론사와 구별되게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정부, 안전을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 기조로 가야>라는 제목을 붙인다거나,
사설의 마지막 문단에서는
<... 작금의 정부 안팎으로 남북 관계를 적대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세력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되지만, 이러한 정책 기조는 한반도 불안이 초래할 위기와 손실에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기에 우려스럽다. 진실로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정부라면, 이 점을 생각하고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남북 대화와 평화를 지향하기를 촉구한다
이런 식으로 쓰는 편이 신문의 품격을 더 향상시키는데 좋지 않을까 하고 제안합니다.


(아울러,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대한 세부적 의견을 적은 '기자메모' 형식의 비판과
기타 남북 형편 비교, 사정상 어렵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대북 지원 쌀의 흐름을 관찰해 보는 
취재가 병행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 쓰고 돌아보니, 한 달에 구독료 15000원을 내는 小독자치고는
편집 방향에 너무 많은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해 봅니다.
어쩌면 진보 언론답게 강하고 확실한(?!) 목소리를 주장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고,
이들을 위한 대안도 이야기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의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줄 수 있는 경향신문의 아량이라면
제 이야기도 경향의 여러 부분이 스스로 호응을 얻고 발전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방향이 되기를 살짝 기대해 봅니다.


특히,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세상 표현을 위해 늦은 밤까지 고생하는 
여러 기자/위원/경영진 분들이 보다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라도,
'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호응'까지 불러 오는 고품격 신문을 보고 싶습니다.


비단 사설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몇 차례 더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때는, 저도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갖고
경향신문을 더 고운 눈으로, 편한 마음으로 대하고
보다 좋은 내용을 많이 적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다시 다가올 주말에는, 연휴 동안 지쳤던(!) 심신을 달래시기를 바라며..... ^-^



twitter.com/noribang
korcn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