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2008년 정부 수립 60년 기획으로 '국가정체성을 묻는다' 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국가정체성을 묻는다 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 법무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자칭 보수세력이 ‘금과옥조’로 삼는 말입니다. ‘잃어버린 10년’에 함께 잃어버렸던 개념과 이념. 정권교체 뒤 강한 부활의 염으로 되살아난 것들이죠.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이 이 말을 즐겨 사용하는 걸까요.
먼저 조현오 경찰청장. 전직 대통령의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당해도 검찰이 함부로 부르지 못한 인물입니다. ‘국가 정체성’이 투철한 사람을 어떻게 오라 가라 하나요. 모르겠네요. 퇴직 이후 정권 교체 된 이후에나 부르려나요.
청와대는 아무나 가는 게 아닙니다. 국가 정체성이 투철한 사람들 1순위입니다. 한번 청와대 쪽을 보세요. 국가정체성의 기운이 북악산을 뚫을 기세죠. 지난 6·2지방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과학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곤 후보 진보성향의 김상곤 후보에게 이렇게 시비를 겁니다. 누구냐고요? 제일 오른쪽에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신 분입니다. 2008년 6월 2기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통령이 소개하는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입니다. 그러보니 왼쪽에서 3번째 분. 요즘 각광 받는 분이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로펌에서 한달에 1억씩 버셨던 분. 국가정체성도 투철하고, 돈벌이도 투철했던 분이네요. 여튼 대통령을 필두로 9분들 국가정체성의 듬직한 수호자들 같아보이는군요.
‘보온병 포탄’과 ‘룸살롱 자연산’으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원래 전문 존재 분야도 ‘국가 정체성’입니다. 이 분 보온병의 정체는 몰라도 국가의 정체성은 어떤 것인지 꿰뚫고 있는 분이죠.
대한민국자식연합의 패러디 포스터입니다. 보온상수부터 포항형제분들 등등 국가정체성의 화신들이 다 모여있네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돈 많고 축구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요즘 FIFA 부회장 낙선 뒤에 회장 출마를 검토하는 등 바쁘시긴 하지만, 이분의 큰 덕목 중 하나는 '국가정체성'입니다.
국가정체성 확립은 대통령과 몇몇 정치인들만의 힘으로 확립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보수시민사회와 학계, 관변단체도 국가 정체성을 되살리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있는 시사패러디물입니다. 정연주 사장을 김인규 사장으로 바꾸어도 될 듯하네요.
요즘 수신료 인상 추진하는 김인규 사장에 대해서는 뉴라이트에서 별말 없죠.
뭐니뭐니해도 ‘국가 정체성’ 하면 대통령이죠. 이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 담론의 원천이자 절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존재요, 국가 정체성의 화신입니다. 취임식 때도 ‘국가 안보 및 국가 정체성 확립 등과 관련된’ 인사들을 특별 초청했지요.
하지만 취임 반년도 안돼 국가 정체성 수호에 위기가 닥칩니다. 촛불집회. 이 대통령 두 차례 사과했지만, 국가 정체성에 저항하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벌였던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의 염원, 분노 등등을 대통령께서 외면하기란 힘들었을 터.
정체성회복협의회 홈피 화면인데, 이승만 박정희 얼굴이 묘하게 오버랩되어 있군요.
집권 2년차인 2009년은 무슨 해였을까요. 한국방문의 해는 아니었구요. 국가정체성 확립의 해였습니다. 이걸 모르는 걸 보니, 저도 국가정체성이 부족한 놈 같네요.
국가 정체성 확립의 해인데, 검찰이 가만 있을 수 있나요. 앞장서야죠.
국가정체성의 해입니다. 한국 방문의 해 아니라니까요. 대통령 말씀 따라 보수 수구 진영 여러 곳에서 국가정체성 담론 논의가 깊어집니다.
‘국가정체성 어떻게 정립·발양할 것인가’는 주제로 열린 호국·안보세미나도 열린 적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중도실용론을 꺼내듭니다. 지지율 20~30%대를 감안, 이탈한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 하지만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과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경향신문자료사진(2008년 김세구 선임기자 촬영). 아 처음엔 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갑제 선생, 이 대통령을 오해하시면 안되죠. 이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중도실용론의 핵심도 국가정체성이었어요. 이동관 대변인의 대변입니다.
중도실용 다음에 친서민 그리고 공정사회론. ‘국가 정체성’을 깜빡한 듯 보였나요? 아뇨 대통령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오해할 걸 오해하셔야죠.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진행된 라디오 연설(6월 14일)에서 한말입니다.
치킨 가격이 비싼 것 같다면서 시장에 개입하면서 ‘자유시장’을 강조할 수도,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불법사찰 논란에 ‘법과 원칙’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낭패죠.
남은 건 2009년에 이루지 못한 ‘국가 정체성 확립’뿐인 거에요. 그리고 국가정체성? 그건 곧 안보고, 반북이고, 반공인 거죠.
그런 점에서 최장집 교수의 진단도 잘 맞지 않았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하지만 정권은 반공(안보)을 걷어낸 자유주의를 성찰할 뜻이 없습니다. 그건 빨갱이나 하는 거죠. 안 그래도 민주화니 좌파 정권 10년 동안 국가정체성의 본질을,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제대로 말도 못하고 살아왔는 걸요. 이제 국가정체성의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잡을 때가 된거죠. 그건 안보입니다.
기시감. 어디서 많이 듣지 않으셨나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입해 냉전반공주의로 만든 이승만 또한 단합을 역설했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명박-이승만을 잇는 연결 고리 또 하나 있죠. 광화문에 이승만을 세우자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정체성 확립 노력에 국영방송이 또 빠질 수 없습니다. 비서들이 앞장서야죠. 비서 사장 김인규씨, 국가정체성도 투철하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KBS 사장도 하는 거겠죠. 정동기 등등도 돈좀 많이 벌면 어때요. 꼭 돈 못 벌고 국가정체성도 약한 좌파 빨갱이들 욕하는 거 신경 쓸 게 아닌 거죠.
국가 정체성? 그래도 뭘까요. 그
헌법에 나와 있습니다.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이 <여적>에 쓴 글입니다.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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