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간경향>에 연재중인 [정동늬우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자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치공세와 시의회의 횡포에 대해 서울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3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2010년 12월 5일자, 오 시장 “무상급식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오세훈 서울시장.
포퓰리즘(populism), 좌파·빨갱이란 말의 동의어 또는 순화어.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친족어. ‘포퓰리즘 비난’으로 인기·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이 보수·우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베리 포퓰러’ 오 시장의 무상급식 결사반대 투쟁을 지지·격려하는 듯한 다음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오 시장 구하기? 후계자 낙점?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나라의 예가 보여주듯이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위기를 초래하여 국가 장래는 물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2011년 1월 4일자, “복지 포퓰리즘 국가 장래 위협할 것”)
포퓰리즘, 김대중 정부 이후 주로 보수가 진보에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 그 ‘잃어버린 10년’의 초반기,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의 말.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1일 현 정부의 경제·노동정책 등을 두루 열거하며 ‘사회주의적·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했다.(2001년 8월 2일자, ‘김만제 색깔론’에 여에선 ‘색맹’)
그런데 김만제씨, 2008년 초 유명무실 ‘이명박 특검’의 조사를 받은 이후 뉴스 검색창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도곡동 땅 실질적 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발언 때문일까.
보수세력의 ‘이데올로그’ 조·중·동도 포퓰리즘 담론 형성에 혁혁한 기여. 종편은 아무나 받나.
국민연금제도나 주5일 근무제 등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 이들 신문은 포퓰리즘으로 몰아친다. 상고 출신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도 조선일보 등은 포퓰리스트란 딱지를 붙인다.(2002년 9월 24일자, ‘조선일보의 포퓰리즘’)
‘한나라당-조·중·동-?’에서 답은 뉴라이트. 삼각편대, 3종세트. 자,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 때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시작됐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2006년 1월 31일자, ‘뉴라이트 급성장’)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당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 주인공 조철봉의 섹스 횟수를 날마다 헤아리는 와중에도 결코 그저 넘길 수 없던 포퓰리즘 문제.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군복무 제도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2006년 12월 27일자, 한나라당 ‘선심성 군복무 단축 반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후보, 강 대표를 ‘개무시’한 걸까. 군복무 단축을 공약. 군 면제자의 ‘어둠의 자식들’에 대한 측은지심? 하지만 다른 분야에선 절대 포퓰리즘을 용납하지 않았다.
(주민등록초본 공개, 재산형성 과정 공개 등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 측은 “‘내 초본을 다 봐라’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주민등록·재산형성과정 공개에 대해 “할 수 있다. 하겠다”고 동의했다.(2007년 7월 18일자, ‘제한된 후보 정보 공개 이대로 좋은가’)
이명박 정부, 왜 이분을 문화부 장관으로 아직 모시지 않았을까.
소설가 이문열씨가 최근의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해 “본질은 위대하면서 한편으로는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말했다.(2008년 6월 11일자, 이문열씨 “촛불집회,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 승리”)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이문열씨에 대한 오마주? 패러디? 아니면 표절.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디지털 포퓰리즘-천민 민주주의를 논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대 아테네는 언제부터인가 법이 무시되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팽배하는 ‘천민 민주주의’가 판을 쳐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면서 “촛불집회도 급기야 ‘천민 민주주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2008년 6월 17일자, 주성영 ‘촛불집회, 천민 민주주의 양상’)
이 대통령, 촛불집회 이후 포퓰리즘 등장에 더 바짝 긴장하면서 의지를 다진다. 이문열씨와 주성영 의원도 대통령 멘토였나.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민주화의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동적 포퓰리즘의 폐해가 심각하다.”(2008년 8월 26일자, 이 대통령 “자유민주적 질서 파괴 행동도 있다”)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진보·좌파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는 그 외롭고 힘든 길. 그 뜻을 알고 지지 성원하는 이런 단체가 있어 대통령은 힘이 난다.
방송개혁시민연대는 “(KBS2TV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 화법은 대중이 공감할 사회문제를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가는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고 주장.(2010년 3월 9일, 방송개혁연대 “‘동혁이형’은 포퓰리즘 기반한 선동”)
그리고 ‘또 하나의 개그’ 맨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일찌감치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투쟁을 내다보고 격려한 멘토였다.
안 원내대표의 ‘좌파’ ‘포퓰리즘’ 타령은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세종시는 “좌파 정권의 대못”이라고, 무상급식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했다.(2010년 3월 19일자, ‘좌파 타령’ 안상수의 포퓰리즘)
이처럼 오 시장만 포퓰리즘과의 전장에 있는 건 아니다. 홀로라면 악다구니 같은 진보·좌파들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버티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2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인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말해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산 적이 있다.(중략) 그는 “포퓰리즘은 ‘공짜 혜택’이나 ‘무임승차’를 약속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값을 치르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주장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2010년 3월 24일자, ‘윤증현, 또 무상급식 비판’)
그런데 윤 장관 청문회 때 편법증여와 가족들 재산형성 의혹, 김&장 고문 재직시 거액 연봉 수령 문제에도 장관 자리에 올라 큰소리치며 사는 이 대한민국이 당신의 ‘유토피아’.
다시 최근 ‘포퓰리즘 포퓰리즘’의 주인공 오 시장에 대한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반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문제를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순간, 건강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아닌 피아를 식별하는 인식표를 선택하는 수단으로 전환되어 버렸다.(중략) 오 시장 논리대로 이 문제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 지역주민의 개발욕구를 자극하는 용산과 강남, 그리고 한강변 개발과 뉴타운, 또한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 등의 구호를 누군가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해도 대답하기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에 투자할 돈으로 더 중요한 국방력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에 대한 반박 논지가 없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21일자, ‘무상급식 편가르기 논란’)
<김종목 경향신문 미디어부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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