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입니다.
뜬금없는 ‘MBC 민영화’ 발언, 무슨 소린가?
난데없이 ‘MBC 민영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야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이 힘겹게 이어지는 와중이다. 자칫 사태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될까 심히 우려된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매우 유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MBC 민영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민영방송인 SBS와 JTBC가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오히려 공영방송보다 나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처럼 요구했다.
돌이켜보면 과거 정치권에서 제기된 ‘민영화’ 논의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자신들의 영향력이 방송에 미치지 않자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협박 수단’으로 등장시킨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최 의원의 ‘민영화 발언’ 역시 전후 맥락이 비슷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공영방송 제대로 못할 바에 민영화해버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얘기처럼 들린다.
물론 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MBC는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를 드러냈으면서도 반성하지 않았고, 심지어 국회의 국정조사마저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민영화’라는 해법으로 풀 문제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공영방송은 민주 사회에서 건강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이다. 공영방송이 드러내는 문제는 바로 세우고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 결코 민영화의 명분은 될 수 없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 유감스러운 것은 최 의원이 민영화 근거로 ‘소유구조는 공적인데 운영은 상업적’이라며 MBC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점이다. 바로 정명(正名)을 찾으라던 이명박 정권의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입에 달고 다니던 논리다.
2012년 대선 직전, MBC 사측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은밀하게 추진하다 엄청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적도 있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과연 누가 기뻐할까? 그동안 수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노력들은 무엇이 되겠는가?
무엇보다 지금 공영방송의, MBC의 문제는 ‘공적 소유구조’라는 형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형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벌써 잊었는가? 2012년 공영방송사들의 장기 파업 이후 국회는 여·야 합의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성 확보 방안을 지난하게 논의했다. 하지만, 겨우 하나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던 ‘편성위원회 의무 설치’마저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보인 MBC의 태도는 ‘무소불위의 오만함’이 맞다. 그러나 여기엔 언론인들의 처절한 문제제기를 국회라는 장에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빈 깡통처럼 걷어 차버린 국회의 책임이 있음을 왜 알지 못하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MBC의 문제를 바로잡고 견제할 장치는 ‘민영화’가 아니다. 국회가 그 책임을 다해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법·제도 개선에 나서는 일이다.
2014년 7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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