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18일, 주간 2교대제 실시, 심야노동 철폐를 외치며 자동차 엔진용 부품을 제조하는 한 기업의 조합 노동자들이 2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산업재해율이 높고, 조직적인 노조 탄압과 파괴 공작으로 유명했으며, 공장 정문부터 작업장 내부 곳곳에 CCTV는 물론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자들의 탈의실까지 훔쳐보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직장을 즉각 폐쇄하고 공장을 점거한 노조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쇠파이프와 각목, 소화기로 무장한 용역을 동원해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자인 용역이 운전하는 차량이 노조원들을 향해 돌진해 노동자 13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사건 발생 2주 만인 2011년 5월30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대국민 월례방송에 나와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며 일개 하청업체 소속 노조를 겨냥해 비난했다. 대통령이 말한 연봉 7000만원은 후일 거짓으로 밝혀졌다.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가며 조직적인 노조 파괴를 실행했다. 이후 수개월간 500여명의 용역깡패가 동원돼 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매일 20~30명의 조합원이 부상당했다. 두개골이 깨지고 광대뼈가 함몰돼 병원에 실려 갔다. 하지만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회사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8년 동안 총 34명을 해고했으며, 조합원 수백명을 징계했다. 사법부는 재판을 통해 사측의 행위를 불법으로 판결했지만, 이후에도 노조파괴 공작은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회사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130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사측의 고소·고발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신속하게 대응했고, 재판은 느리게 진행되었다. 노동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서로, 검찰로, 법원으로 불려 다녔다.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와도 회사는 다시 고소·고발을 넣었다.

 

경찰이 2011년 5월 24일 사측의 직장폐쇄에 항의하며 1주일째 아산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유성기업 노조원들을 강제진압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11년 5월, 유성기업 직장폐쇄 당시 현대자동차 한 임원의 차량에서 의문의 서류뭉치가 발견되었다. 노조파업 대응방안이 적힌 유성기업의 내부 문건이었다. 2012년 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유성기업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임직원이 유성기업 중간관리자에게 ‘새로 만든 어용노조 가입률을 70~80% 올리라’고 독려하는 내용이 적힌 메일이 확인되었다. 최근 KBS가 보도한 유성기업 전직 임원의 녹취파일에 따르면 노조파괴 작업을 현대가 직접 독려했다고 한다. 검찰은 뒤늦게 현대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유성기업 노조파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초기에 해당 증거자료를 이미 확보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17년 2월,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가 사건 발생 6년 만에 법정구속되었다.

 

그사이 노동자들의 통장은 바닥났고, 호적에는 빨간 줄이 그어졌으며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까지 피폐해졌다. 2015년 유성기업 노동자 2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43.3%가 우울증 고위험군 상태로 나타났다. 급기야 2016년 3월17일, 지난 20여년간 한 직장에서 일해 온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씨가 마흔 셋의 젊은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어째서 지난 8년여에 걸쳐 투쟁했을까? 이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유성기업 폭행사건을 다루는 한국 주류 언론의 논조를 보면 새삼 뉴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지난 8년여 동안 그토록 많은 노동자가 용역깡패에게 얻어맞고 죽어갈 때는 한마디도 없었던 그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어진 심판자들에게 노동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감수할 테니 기계적 중립이라도 부탁드립니다. 공정함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사실은 왜곡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전성원 |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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