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칼럼]파워블로거 상업화의 그늘


황용석 건국대 교수 언론홍보대학원


얼마 전 개최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색다른 다큐멘터리가 주목을 받았다. <트루맛쇼>라는 이름의 이 다큐멘터리는 TV에서 소개하는 맛집의 일부가 브로커나 홍보회사에 많게는 10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의 사실성을 놓고 다소의 논란이 있지만, 거리 곳곳에서 확인되는 ‘TV 출연 맛집’을 내건 간판들을 보면서 맛과 TV 출연의 상관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비단 TV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 마케팅에서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터넷 개인미디어 공간의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블로거들의 맛집 기행문도 포함된다.

만약 블로그에 올라온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과 감탄사에 이끌려 들어간 식당이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면, 그것은 맛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기보다는 ‘온라인 평판 시스템’에 대한 신뢰상실에서 오는 허탈감 때문일 것이다.

원래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기업이 자체 블로그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을 지칭했지만, 지금은 더 광의의 마케팅 전략을 포함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파워블로거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인터넷 여론에 중요한 영향력자가 된 파워블로거들에게 식당, IT제품, 심지어 자동차까지 시험경험을 제공해서 우호적인 콘텐츠를 올리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도 기자 시승행사만큼이나 파워블로거 시승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대가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파워블로거들과 그들의 명성을 사고자 하는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홍보회사도 늘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블로그 이벤트, 블로거 체험단, 블로거용 보도자료, 블로그 광고네트워크 기법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구동되면서 블로거 공간은 상업화로 물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나 홍보회사도 등장했다. 여기서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에서 상단에 노출되는 전략을 알려주는데 이를 검색엔진 최적화기법(SEO)이라 부른다.

네트워크화된 정보체계에서는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평판체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기도, 방문자수, 링크된 수, 검색 결과창에서의 위치 등과 같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한 평판체계들은 의외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과거 전문가에게 의존했던 평판체계와 다르게 온라인 평판의 질은 참여자 네트워크의 질이 결정한다. 그런데 파워 블로거와 같은 핵심 참여자가 상업화된다면, 온라인평판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온라인의 평판체계는 사회적 신뢰수준의 척도이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은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우리가 블로거들에게 기자와 같은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책임은 영향력에 비례한다”는 유명한 명제로부터 블로거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신문에서 광고와 기사가 왜 레이아웃을 통해 공간적으로 구분되는지 그리고 TV에서 간접광고는 왜 표시해야 하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블로거는 개인이지만 동시에 공적 정보를 생산하는 책임성을 갖는다. 그런 맥락에서 다양한 블로거 윤리규약이 국내외에서 발표된 바 있다.

여러 블로거 윤리규약들이 담고 있는 핵심 개념은 사실 단순하다. 바로 ‘정직성’이다.

이 개념은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 이해에 도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정직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거짓된 사실을 담지 않으며,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포장하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잠정적이거나 잘 모르는 결론을 확고한 것처럼 다루어서도 안된다. 표절이나 남의 생각을 자기 것인 것처럼 베끼는 것도 안된다.

정직성의 구현은 개인성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한 평가체계의 결과물이다. 정직한 정보가 대우받고 그것을 통해 정당한 콘텐츠의 대가를 받게 하는 온라인 평판체계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